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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생큐! 유연근무제…아이 셋 학교 보내고 출근하는 권영일씨

중앙일보 2017.01.17 02:30 종합 14면 지면보기
7부 애 키우기 좋은 일터 <상>
일·가정 균형 우수기업 6곳
여성가족부·본지 공동 선정
권영일씨가 오전 6시 아침 수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권영일씨가 오전 6시 아침 수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사는 권영일(41·골프존네트웍스 과장)씨의 아침은 여느 집과는 다르다. 지난 11일, 아침 수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권씨는 둘째 현진(11)과 막내 준혁(8)을 깨우고, 분주히 아침 준비를 했다. 이날은 방과후교실에 가야 하는 준혁이를 가장 먼저 깨웠다. 평소에는 아이 셋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는 오전 9시쯤 둘째와 셋째를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출근한다.
오전 8시 수영을 다녀온 권씨는 자고 있는 막내 준혁이를 깨우고 있다. 방학 중이지만 방과후 교실에 가야 하는 날이다. [사진 김경록 기자]

오전 8시 수영을 다녀온 권씨는 자고 있는 막내 준혁이를 깨우고 있다. 방학 중이지만 방과후 교실에 가야 하는 날이다. [사진 김경록 기자]

권씨가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활용 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행정업무를 하는 동갑내기 아내는 요즘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는 저녁 시간을 활용해 탁구 동호회에도 자주 나간다. 권씨가 거의 ‘칼 퇴근’을 하는 덕분이다.
권씨가 둘째 현진이, 막내 준혁이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권씨가 둘째 현진이, 막내 준혁이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권씨는 1년 반 전만 해도 격무에 시달리는 여느 아빠와 다르지 않았다. 이동통신사의 시스템 운용회사에 다니던 그의 근무시간은 보통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15시간을 넘기 일쑤였다. “그땐 아이들하고 놀아주기는커녕 얼굴 볼 시간도 없었죠.”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다. 권씨는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드니까 가족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권씨가 초등학교에 준혁이를 데려다주고 있다. 학기 중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현진이도 동행한다. [사진 김경록 기자]

권씨가 초등학교에 준혁이를 데려다주고 있다. 학기 중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현진이도 동행한다. [사진 김경록 기자]

일이 줄면 그만큼 수입도 줄기 마련이지만 권씨는 “아쉬운 건 없다”고 말한다. “이직하면서 삭감된 연봉의 절반은 회사 복지제도를 통해 보완된다”고 했다. 골프존네트웍스는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첫째 5세, 둘째 3세, 셋째 1세부터) 고등학생까지 연간 200만원(대학생 연 7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아이가 셋인 권씨는 한해 600만원을 받는다. 또 연간 500만원(과장급)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카드를 제2의 월급으로 활용한다. “이 혜택만 해도 연봉 1000만원 이상의 효과를 누리잖아요. 연봉이 줄어든 것보다 제 삶의 질이 훨씬 더 좋아졌죠.”
준혁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출근길에 나서는 권씨. [사진 김경록 기자]

준혁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출근길에 나서는 권씨. [사진 김경록 기자]

중앙일보와 여성가족부는 골프존네트웍스를 비롯한 6개 기업을 ‘2016 일·가정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아시아나항공·바비즈코리아·중소기업진흥공단을 최우수 기업으로, 아워홈을 비롯해 골프존네트웍스·국민연금공단을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법규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워홈의 남성육아휴직 이용률은 전체 휴직자의 12.2%로 전국 평균(5.6%)의 두 배가 넘는다. 중진공은 26.5%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률이 85.5%나 된다. 전국 평균(60.8%)보다 월등히 높다. 국민연금공단은 육아휴직 복직을 100% 사용하고 휴직 중에 승진도 한다.
한국은 2001년 일·가정 양립 제도를 갖추기 시작해 웬만한 규정은 다 도입돼 있다. 제도만 보면 선진국 못지 않다. 육아휴직만 해도 남녀 각 1년씩 총 2년을 보장한다. 프랑스나 독일은 약 1년 정도다. 하지만 실상은 초라하다.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율(5.6%)은 스웨덴(45%)·노르웨이(40.8%)·독일(24.9%)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가정 균형 지수(Better Life Index,2016)가 한국은 5점인 반면 덴마크는 9.1점, 프랑스는 9점, 벨기에는 8.7점, 스웨덴은 8.5점에 이른다(10에 가까울수록 우수). 최성지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법에 보장된 제도만 잘 쓸 수 있도록 해도 일·가정 균형 우수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복직자 교육 과정’에서 가족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복직자 교육 과정’에서 가족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최송아(36)씨도 10살과 4살 아들, 8살 딸을 둔 엄마다. 최씨는 “우리 회사의 남다른 육아휴직이 없었다면 아이를 세 명까지는 못 낳았을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직원이 임신한 순간부터 최대 2년까지 쉴 수 있게 하고 있다. 난임 휴직도 최대 180일까지 가능하다. 매달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복직자 교육과정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골프존네트웍스 40대 과장 권씨
맞벌이 아내도 가사부담 덜어 만족
“회사 지원 덕에 삶의 질 훨씬 좋아져”
아시아나 30대 승무원 최송아씨
“육아휴직 2년 가능, 아이 셋 키워요”


여성 직원이 더 많은 항공업 특성상 가족 관련 제도나 혜택은 주로 여성 직원에게 집중됐지만 현재는 남성 직원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여성 직원에게만 지급하던 보육료(월 최대 20만원)도 2010년부터 남녀 직원 모두에게로 확대됐고,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도 점점 늘어 2015년도부터 10명 넘게 사용하고 있다. 이병수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부장은 “남성 직원들은 예전엔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요즘엔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일·가정 균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며 “법만 있으면 뭐 하느냐. 기업이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 키우기 좋은 기업 어떻게 뽑았나
중앙일보·여성가족부가 공동 선정한 ‘일·가정 균형 우수기업’은 1·2·3차 심사를 거쳤다. 먼저 여성가족부가 일·가정 양립 우수실천기업 공모를 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일터, 여성인력 관리, 조직 문화 혁신 등 3개 분야에 신청을 받았고 80여 개 기업이 응모했다. 여가부는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심사위원회를 꾸려 수상자를 가렸다.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현상 조사도 했다. 여기서 25개 기업이 대통령·국무총리·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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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팀은 25개 기업과 기타 우수기업 4곳의 자료를 여가부에서 넘겨 받았다. 이들 중 대기업·중소기업·공공기관 각각 6곳을 1차 선정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 심사위원회에 2차 심사를 맡겼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정애 인구보건복지협회 홍보실장 등 3명이 심사를 맡았다. 이 위원회에서 부문 별로 최우수상·우수상을 선정했다. 유연근무·육아휴직·임신근로자보호 등의 제도를 얼마나 준수하는지, 장시간 근로를 어떻게 줄이는지 등을 평가 잣대로 삼았다. 본지와 여성가족부는 올해도 2차로 일·가정 균형 우수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추인영·서영지·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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