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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조치 악용해 7900억원 꼼수 폭리취한 담배회사들

중앙일보 2017.01.12 16:31
애연가들의 눈물을 짜냈던 지난 2014년의 담뱃값 인상 발표로 담배회사들은 7900억원에 달하는 꼼수 폭리까지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2일 발표한 담뱃세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다. 감사원에 따르면 KT&G는 담뱃값 인상 전에 쌓아두었던 재고품을 인상 후 팔아 7900억원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부당이득은 국고가 아닌 담배회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번 감사는 지난 9월에 발표한 담뱃세 관련 감사에 대한 추가 조사다.

재고 차익이란 담배 제조 및 유통회사들이 담뱃세 인상에 앞서 출하한 담배를 인상 이후에 판매하면서 얻은 세금의 차액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KT&G 등 담배회사들은 지난 2014년 9월 정부의 담뱃세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재고량을 급격히 늘렸다. 재고차익을 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기재부는 재고차익 환수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시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재부 업무 담당자들은 재고차익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재부 담당자들이 다른 부서로부터 재고차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부족하며 과다한 징수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관련 부칙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다.

추가 감사 결과, 매점매석 고시에 대한 관리에서도 허점이 발견됐다. 매점매석 고시는 담배회사 등이 과도하게 담배 재고를 늘려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기재부는 담뱃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매점매석 고시 시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담배 제조사들은 고시 시행 이전에 담배를 집중적으로 반출할 수 있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요 담배 제조사 3곳은 고시 시행 직전 하루이틀 동안 평소보다 5.7배에서 많게는 22.9배에 달하는 담배를 집중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뱃세는 담배를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으로 부과한다는 법적인 규정을 악용한 처사다. 기재부는 그러나 반출량에 대한 실사를 벌이지 않았으며 고시 위반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내리라고 기재부에 통보했다.

담배시장 점유율 61.68%를 차지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는 KT&G가 부당이익을 얻은 사실도 이번 추가 감사로 확인됐다. KT&G는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 유통망에 미리 반출한 담배 2억여갑의 소매점 인도 가격을 83% 인상해 3300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 감사원은 해당 담배들은 담뱃세 인상 전에 반출이 됐고 별다른 인상 요인이 없었던만큼, 가격을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KT&G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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