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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 '해외전훈 24시'

중앙일보 2006.01.19 05:55 종합 18면 지면보기
한국대표팀이 아랍에미리트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경기가 열릴 알샤밥 스타디움에서 체력훈련을 했다. 박주영(오른쪽)과 김진규가 점프해 손을 마주치는 모습을 다른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41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과 평가전 못지않게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대표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들의 하루를 정리해 본다.


땡볕 질주 … 땀으로 사막 적신다

선수단이 묵고 있는 주메이라 비치 리조트는 아라비아 해변에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커튼을 열어젖히면 탁 트인 바다의 전경이 펼쳐진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한 달은 여기서 묵고 싶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표팀은 오전 8시30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아침 메뉴는 소시지와 에그 스크램블 등 비교적 간단한 뷔페식이다.



먹을거리는 합숙하는 선수들의 가장 큰 관심사. 현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전통음식으로 식단이 짜인다. 한식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한 이후에야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한국에서 선수단이 가져온 음식은 김 다섯 상자가 전부다. "지금부터 김치 꺼내 놓으면 나중에 힘들어진다"는 것이 대표팀 관계자의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선수들이 현지 음식에 별다른 불만이 없다고 한다. 오전 훈련이 끝나면 점심식사를 한다. 양고기와 쇠고기 스테이크 등 고기 종류와 밥, 그리고 이 지역 전통음식이 포함된다. 특히 아랍 지역의 전통요리인 양갈비가 선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점심식사 뒤에는 두 시간가량 휴식을 취한다. 대부분 낮잠으로 오전의 피로를 푼다. 다시 오후 훈련. 훈련은 보통 1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오후 8시30분에 저녁을 먹는다. 메뉴는 점심과 비슷하다. 그 다음은 자유시간이다.



이때부터 의무 팀이 바빠진다. 훈련 중 생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약식 치료와 마사지를 받으려는 선수들이 꾸역꾸역 몰려든다. 박주영.백지훈(이상 FC 서울).김진규(이와타) 등 젊은 선수들은 가져온 노트북을 펴고 웹 서핑에 빠진다. 결혼 한 달도 안 됐는데 부인과 생이별해 "죽을 맛"이라는 이동국(포항)은 후배를 졸라 노트북을 빌렸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이윽고 11시30분, 모든 선수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41일간의 전지훈련 기간에 대표팀이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 불만의 말이 새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오늘 하루의 절제가 미래의 영광을 위한 한 걸음이라는 사실을 선수들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두바이=이충형 기자



대표팀 캠프는 '미니 교회' 독실한 신자 9명, 약식 예배도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로 불리는 조원희(수원)가 합숙기간 중 같은 방을 쓰는 선수는 김동진(FC 서울)이다. 조원희는 룸메이트가 너무 좋다. 가장 큰 이유는 김동진이 '크리스천'이라는 것. 독실한 기독교인인 두 사람은 방에서 약식 예배를 드린다. MP3 플레이어로 찬송가를 틀어놓고 찬송도 한다. 조원희는 이번 전지훈련에 두 권의 성경을 준비해 왔다. 작은 것은 읽는 용도고, 큰 것은 잘 때 옆에 두는 용도다.



축구 대표선수 가운데는 기독교 신자가 많다. 이번 전지훈련 멤버 23명 중에도 9명이나 된다. 그냥 교회만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 '독실한' 신자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빠졌지만 이영표(토트넘 홋스퍼)와 송종국(수원)의 신앙도 빠지지 않는다. 이영표나 최태욱(시미즈).박주영(FC 서울)이 골을 넣은 뒤 그라운드에 꿇어앉아 기도하는 모습은 이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훈련 중이지만 일요일에는 함께 모여 예배도 드린다. 인도자는 이들 중 '믿음이 가장 좋은' 최태욱이 주로 맡는다. 이영표가 팀에 합류했을 때는 그의 몫이다. UAE에 한국 축구선수들의 '미니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두바이=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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