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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 폴크스바겐 차종에 첫 리콜 승인

중앙일보 2017.01.12 13:47
도로 주행 때 오염방지 장치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배출가스를 조작했던 폴크스바겐 차종 일부에 대해 리콜 승인이 내려졌다. 환경부가 세 차례 리콜 계획서를 반려한 끝에 1년 1개월 만에 내린 것이다.


15개 차종 중 티구안 2개 차종
24일부터, 라콜 85% 이행 전망

리콜 대상은 배출가스 조작으로 드러난 아우디·폴크스바겐 15종 12만6000대 가운데 티구안 2개 차종 2만7000대다. 나머지 13개 차종 9만9000대도 5개 그룹으로 나눠 승인을 거쳐 순차적으로 리콜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12일 폴크스바겐 측이 지난해 10월 6일 제출한 티구안 2.0 TDI(3237대), 티구안 2.0 TDI BMT(2만3773대) 등 티구안 2개 차종에 대한 리콜 계획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코리아 측은 오는 24일 리콜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측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 11월 말까지 두 달 동안 교통환경연구소(환경부)와 교통안전연구원(국토교통부)에 의뢰해 검증 작업을 실시했다. 실시 결과, 리콜 승인 요건을 충족했고 리콜 이행률 85%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승인하게 됐다고 환경부는 덧붙였다.
배출가스·연비 등 3가지 검증 사항 통과
환경부는 우선 실내 인증 실험 조건이 아닌 경우에는 오염저감 장치인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가동을 중단하는 불법 조작 소프트웨어를 제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블법 소프트웨어 제거를 통해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률이 늘어나면서 배기가스 중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실내 인증실험에서는 28~59%, 도로 주행 검사에서는 20~33%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차량 운전속도를 시속 40㎞에서 60㎞로, 또 60㎞에서 80㎞로 높이더라도 재순환장치가 멈추는 일이 없었고, 오염물질 배출량이 급증하는 경우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40㎞와 60㎞,100㎞에 도달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가속능력과 시속 40㎞와 60㎞를 유지하면서 경사로를 오르는 등판 능력은 소프트웨어 교체 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교체를 전후한 연비의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실내 시험에서는 교체 전후 모두 연료 1L당 13㎞로 변화가 없었고, 도로주행 시험에서만 11.6㎞에서 11.4㎞로 1.7% 감소하는 데 그쳤다.

환경부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은 "우리보다 배출가스 기준이 훨씬 강한 미국에서는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 외에 연료 분사가 필요한 '질소산화물 저장·제거 장치(LNT)'까지 가동하기 때문에 조작으로 연비가 크게 달라지지만 한국은 LNT가 장착돼 있지 않아 연비 차이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같은 검증실험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 30일 폴크스바겐 측에 "18개월 이내에 리콜 이행률을 85%로 높이는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고, 폴크스바겐 측은 지난달 28일을 방안을 제출했다.

폴크스바겐 측은 리콜 대상 차량을 직접 가져가서 수리하고 원래 장소로 다시 가져오는 픽업/배달 서비스를 도입했고, 서비스센터로 가져오는 소비자에게 교통비를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폴크스바겐 측은 지난달 22일 리콜 대상뿐만 아니라 전체 판매 차량 27만대 소유주에게 100만 원 상당의 서비스 쿠폰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들이 쿠폰을 받으러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때 리콜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리콜에는 24~39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 과장은 "이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할 경우 85%의 리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분기별로 리콜 이행실적을 보고받아 분석해 부진할 경우 보완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리콜 승인된 차량의 경우 앞으로 2년 1회 정도 실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차량 중에 무작위로 골라 결함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다른 차종 리콜, 민사소송 등 남은 과제도

하지만 이번 2만7000대 리콜 승인에도 불구하고 과제도 적지 않다. 일단 나머지 9만9000대에 대한 리콜 승인 문제다. 이번 리콜 계획서 승인에 44일이 걸렸고, 앞으로 단축된다고 해도 5개 그룹을 심사하는 데는 5개월 정도는 걸릴 전망이다. 차종에 따라 리콜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에는 환경부가 차량 교체 명령을 검토할 수도 있다.

소비자의 민사 소송도 남아있다. 현재 4500여 명의 소비자가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1인당 3500만 원씩 배상해달라는 내용의 민사소송이 진행중이다. 이번 환경부 리콜 승인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폴크스바겐 측에서 배출가스 고의 조작 사실을 인정했느냐가 소송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홍동곤 과장은 "폴크스바겐 측에서 실내와 도로주행 때 서로 다른 모드를 사용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고, 조작 사실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면 조작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환경부의 통보에 별도로 반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작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에 부과한 과징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 2015년 11월 폴크스바겐에 14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지난해 8월에는 시험성적서 조작과 관련해 과징금 178억 원을 부과했다. 또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당 표시 광고 행위에 대해 373억 원 과징금 부과을 부과한 바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692억원이다.

이와 관련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으로 대기오염이 추가로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782억 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년에 782억 원이면, 5년이면 39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홍동곤 과장은 "이미 정부가 법에서 정한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제재는 어렵다는 게 법률자문 결과"라며 "차종별로 최대 10억 원이었던 과징금이 이번 사태로 100억 원으로, 다시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연비 높아지지도 않는데, 왜 조작했을까
이번 환경부의 리콜 승인 과정을 지켜보면서 폴크스바겐 측이 왜 배출가스를 조작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제거하더라도 연비 향상은 1.7%에 불과하고, 나머지 성능도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도로 주행시 오염물질 배출은 최대 33%까지 늘어났다. 물론 미국의 경우 까다로운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연료가 소비되는 '질소산화물 저장·제거 장치(LNT)'까지 장착하고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를 높이기 위해 장치를 끌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굳이 배출가스를 조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동곤 과장은 "폴크스바겐 측이 이유를 밝힌 적은 없는데, 연비 때문이라기보다는 폴크스바겐 차량 제작 기술자들의 안이함이나 무지 탓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인증을 받을 때만 합격하면 되고, 실제 도로 주행을 할 때에는 장치를 꺼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설명했다. 홍 과장은 또 "오염방지 장치인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를 계속 가동하면 장치가 노후화될 가능성이 있어 장치를 끄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소프트웨어 교체가 부품의 내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구성 검증은 16만㎞에 걸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서울~부산을 왕복하더라도 200일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검증을 하더라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지 판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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