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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에 치우친 김관진, 외교안보라인과 따로 논다” 비판

중앙일보 2017.01.12 02:16 종합 4면 지면보기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왼쪽)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기존 합의대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 주미 한국대사관]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왼쪽)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기존 합의대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 주미 한국대사관]

중국·일본과 외교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이 한·미 동맹에 손을 뻗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차질 없는 배치’를 강조하면서다. 지난 8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의 면담에서 “사드를 반드시 배치한다”고 양국 간 합의를 재확인했다.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언급”이라며 “군 출신인 김 실장이 미국을 중시하고, 한·미 동맹을 통해 안보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협공(挾攻)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들어서는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 정립을 우선시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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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갈등 키운 김 실장 발언
중국 사드 보복 더 세질 우려 큰데
향후 정부 대응카드도 마땅치 않아
부처간 칸막이로 위기 자초 지적
야당 “중요 결정,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하지만 중국의 보복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역시 물러설 조짐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외교부와 국방부가 미국만 바라봤던 게 중국·일본과 갈등을 야기한 원인”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최악인 만큼 이를 막아야 하는데 사드의 차질 없는 배치는 지금 상황에서 굳이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에 손을 내밀긴 했지만 향후 정부의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정책 결정이 늦어지거나 결심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외교안보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청와대뿐 아니라 외교안보 부처 간의 소통 부재, 부처 이기주의가 외교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에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외교안보수석이 국가안보실 2차장을 겸임하고 있어 국가안보실로 올라오는 하루 수백 건의 보고서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드 문제는 국가안보실이, 위안부 문제는 외교수석실이 전담하는 구조가 되면서 국가안보 사안의 체계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외교가에선 국가안보실은 한·미 동맹을 고려한 사드 배치에만 지나치게 경도돼 있고 외교안보실의 입김이 미치지 못한다는 구조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에 근무하다 외교안보 부처로 복귀한 한 당국자는 “각 부처는 사사건건 청와대만 쳐다보고 부처 간 칸막이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선 목소리를 아끼다가 대통령이 결정한 뒤에야 움직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말 청와대에선 대북·대외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하기보다는 현상유지로 정권을 마무리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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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가 된 상황에서 김 실장의 선택에 대해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탄핵당한 대통령과 정부가 분명하게 월권을 하고 있다”며 “중요한 외교적·군사적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미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며 “경제적 문제에선 중국을 더 중시해야 할 수도 있는데 계속 보복이 들어오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3~4개월 후에 설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수·위문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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