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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끝났다? 뱅크론이 있잖아요

중앙일보 2017.01.12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50대 자산가 장모씨는 주식형 펀드 5개에 가입했다가 지난해 모조리 손실을 봤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장씨는 두달 전 미국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이름도 생소한 미국 뱅크론(은행담보대출채권)에 1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수익률은 연 7%. 기대를 웃도는 성적표에 팔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미국 기준금리가 더 오를 때까지 참고 계속 돈을 넣기로 했다.
지난해 말 채권 시대는 끝났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채권금리가 줄줄이 오르면 채권값이 낮아져 투자가치가 떨어져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돈 풀 채비에 나선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것이 계기였다. 실제 트럼프 후보 당선 전후로 10년 만기 미국 국고채 금리는 최대 0.8% 포인트 솟구쳤다.

금리 오르면 수익 커지는 채권
미국 뱅크론 현재 7% 수익률
물가오르면 이자 느는 미국 국채
‘트럼프노믹스’ 새 투자처로 주목

하지만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금리가 오를 때 더 좋은 채권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년간 저조한 성적을 내다가 지난해 평균 8% 수익을 낸 해외채권이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뱅크론이다. 투기등급 기업이 부동산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 받은 뒤, 이를 토대로 발행한 채권이다. 가장 큰 특징은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를 적용 받는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기에 투자하기 좋은 이유다. 실제 미국 기준금리가 17차례 오른 2004~2006년 이 채권의 수익률은 연 7%를 웃돌았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투기등급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하루 아침에 부도날 수준이 아니라도 투자기업의 부실 여부는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또 유사한 성격의 하이일드 채권(투기등급 기업에 투자하는 정크본드)과 동시에 투자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 채권의 비중을 함께 높이는 것은 위험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펀드 투자도 가능하다.
‘트럼프노믹스’를 주목한다면 미국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할 만하다. 이 채권은 물가가 오를 때 원금과 이자가 함께 높아진다.

곧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는 과거 10년 평균보다 20% 많은 재정을 풀기로 했다. 통 큰 부양책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1분기 미국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기다 이 채권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몰릴수록 채권 금리는 떨어지게(채권값 상승) 된다.

다만 물가가 원금·이자에 반영되기까진 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금리의 상승속도가 물가 상승속도보다 가파를 경우엔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채권의 대명사’로 불리는 브라질채권은 지난해 평균 70%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만큼은 아니라도 올해도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역시 11%에 달하는 표면이자와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큰 장점이다.

브라질채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헤알화 환율이다. 현지 통화로만 브라질채권을 살 수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헤알당 원화 평균 환율은 352.1원이었다. 지난해 1월(296.3원)보다 19% 올랐다(헤알화 가치 상승). 지난해 초부터 브라질채권을 보유했다면 가만히 앉아서 그만큼의 환차익을 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헤알화 환율은 양날의 칼이다. 브라질채권 열풍이 불었던 2011년 600원대에 채권을 샀던 투자자는 오랜 기간 마이너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또 다른 변수는 기준금리다. 기준금리가 내려가야 투자자들이 차익을 낼 수 있다. 브라질 경제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만큼 연내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영민 신한금융투자 FICC상품부장은 “브라질채권은 400만원 안팎이면 투자할 수 있어 다른 해외채권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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