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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생태계에 5조 베팅, 체질 바꾸는 SK텔레콤

중앙일보 2017.01.12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92%. SK텔레콤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연결 재무제표 기준)에서 유·무선통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인터넷 플랫폼, 검색광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통신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으로 번 돈의 비중은 8%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이 11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ICT 사업에 앞으로 3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통신에만 편중된 지금 상태로는 새로운 ICT 혁명의 파고에서 살아남지 못하리란 위기감이 묻어난다.
SK텔레콤은 우선 기존 통신사업인 5G 네트워크 분야와 작년 4월 할당 받은 2.6㎓ 주파수 대역망을 구축하는데 2019년까지 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통상적인 투자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SK텔레콤이 지난 3년 동안 통신 사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 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6조1360여억원으로 이날 앞으로 3년간 통신망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향후 3년간 총투자 규모는 11조
통신매출 비중 92% ‘편식’에 위기감
AI·자율차 등 미래 사업 키우기 시동
5G 등 네트워크엔 6조 투자 결정

이 때문에 새로운 ICT 사업에 투자될 5조원이 어떻게 쓰일 지에 관심이 쏠린다. 통신업에 쏠린 사업 포트폴리오를 뜯어 고치겠다는 경영자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수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그동안 소홀했던 ICT 사업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며 “투자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5조원을 쏟아부어 앞으로 확대할 ICT 영역으로 자율주행·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 스마트 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저장기술, 글로벌 콘텐트, 기술 기반 미디어, 에너지 관리 등 6개 부문을 꼽았다.

SK텔레콤 만이 아니라 SK㈜ C&C사업부문과 SK하이닉스, SK플래닛 등 그룹 내 ICT 관련 회사들의 역량도 한데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가령 인공지능(AI)으로 소비자가 임신부임을 인식하면 SK플래닛 내 인터넷쇼핑몰 11번가로 연결되고 SK텔레콤이 개발한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통해 필요한 상품을 선택하면 직접 집으로 배달되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소비자 마케팅, SK㈜ C&C는 기업간(B2B) 마케팅,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저장 기술 등 강점이 있는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계열 간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게 SK텔레콤 측 설명이다.

전체 ICT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계획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페이스북, 노키아, 인텔 등 글로벌 ICT 기업과 함께 스타트업 기업의 홍보와 투자, 세계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번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새 ICT 사업은 더는 미룰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이번 ICT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 전·후방 연관산업 성장으로 이어져 약 9조원의 생산과 6만여 명에 달하는 취업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의 위기감과 함께 연간 수천억원의 마케팅 절감으로 자금력이 생긴 점도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선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2013년 이후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가 늘어나고 스마트폰 사양이 고도화하면서 번호이동 시장의 과열 경쟁이 해소됐다. 소비자들의 단말기 교체 유인이 줄고,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마케팅비 출혈 경쟁도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마케팅 비용은 2013년 3조4290억원에서 2015년말 3조560억원으로 3700억원 가량 감소했다.

한편 SK텔레콤은 5G 네트워크 시범 서비스도 올해 하반기부터 선보이고 2020년에는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T는 내년 2월로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의 시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경쟁사보다 앞서서 시범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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