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한국 관광, ‘설마’로는 일본 못 잡는다

중앙일보 2017.01.12 00:24 종합 29면 지면보기
장주영 산업부 기자

장주영
산업부 기자

“설마, 중국 관광객이 순식간에 다 빠지겠어요?”

11일 중국 관광객 유치 여행사 관계자 A씨의 말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움직임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는데도 그는 ‘설마’ 하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유커(遊客·단체관광객)의 한국행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최근에는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다. 실제로 곳곳에서 중국인 관광객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찾은 동대문시장은 연초 분위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싸늘했다. 20년째 의류를 팔고 있는 박모(60)씨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40%는 줄었다”고 푸념했다. 호텔·유통업계도 처지는 비슷하다. 중국인이 주로 묵는 비즈니스 호텔은 20~50% 예약이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로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관광객은 5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에 그쳤다. 9월 22.8%, 10월 4.7%로 증가율이 뚝뚝 떨어져 마이너스 성장까지 점칠 정도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년 만에 40% 아래(39.5%)로 내려왔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반면 일본의 관광객 유치는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403만9000명으로 4년 연속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1700만여 명)에 크게 앞선다. 2011년만 해도 622만 명을 유치해 한국(979만 명)에 크게 뒤졌지만 2015년 역전한 뒤 격차를 벌려 가고 있는 것이다. 사드 보복 이슈에 따른 반사이익 측면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관광 선진국’을 만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중국인뿐 아니라 동남아·유럽·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 규제를 푸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설마 중국 10억 인구가 모두 한류 제한령에 동참하겠느냐”(연예기획사 관계자), “중국 정부가 설마 관광객을 모두 막겠느냐”(관광업계 관계자) 등 ‘설마’에 기대는한국과는 딴판이다.

일본이 변하는 동안 한국의 관광산업은 여전히 ‘중국인’과 ‘쇼핑’에만 매달려 왔다. 그러다 보니 중국발 외교 이슈 한 방에 휘청대는 취약한 구조가 됐다. 이번 계기에 관광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김철원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싸구려 쇼핑 관광을 고품격으로 전환하고 동남아 등 다양한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마’라는 기대에 관광산업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장주영 산업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