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녹터널 애니멀스 vs 어쌔신 크리드

중앙일보 2017.01.12 00:01
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녹터널 애니멀스
원제 Nocturnal Animals
감독 톰 포드
출연 에이미 애덤스, 제이크 질렌할, 마이클 섀넌, 애런 존슨 각본 톰 포드 원작 오스틴 라이트
촬영 시머스 맥가비
미술 크리스토퍼 브라운 의상 아리안느 필립스 음악 아벨 코르제니오스키
장르 드라마, 스릴러 상영 시간 116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월 11일
줄거리 부유한 남편, 화려한 직업까지 모두 갖췄으나 공허해 보이는 아트디렉터 수잔(에이미 애덤스). 그는 소설가를 꿈꾸던 전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로부터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제목의 소설 초고를 받는다. 강간, 살인, 납치가 펼쳐지는 폭력적인 소설 앞에서 수잔은 비극적으로 끝난 자신의 결혼 생활을 떠올린다.

별점 ★★★★ 8년 전 ‘싱글맨’으로 데뷔한 ‘신인 감독’ 톰 포드는 세련된 스타일리스트일지언정 출중한 스토리텔러는 아니었다. 시대를 앞서간 패션 디자이너로서 그가 가진 재능은 영상미로 발휘됐지만, 상대적으로 서사의 흡인력은 약했다. 두 번째 작품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다.

우선 현재와 과거, 현실과 소설을 오가는 액자식 구성의 복잡한 서사를 능수능란하게 엮어 낸다. 현실(수잔과 에드워드의 이야기)은 차갑게, 소설(에드워드가 쓴 소설 속 이야기)은 뜨겁게 연출하고 대비시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게다가 돈과 사랑, 야망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붉은색=죽음’으로 상징되는 이미지를 두 이야기에 심어 놓고, 실상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한 미장센도 탁월했다.

심리 스릴러로 보면 어떨까. 그 또한 합격이다. 수잔이 왜 남편을 떠났는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모든 진실을 소설이란 프리즘을 통해 하나씩 드러내 긴장감을 쌓아 올리고, 종국엔 숨 막히는 절정을 뽑아낸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포드 감독의 인장은 관능과 욕망이었다. 그것이 ‘스릴러’라는 장르와 조우하면서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지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소설 혹은 이야기의 본질’을 말한다. “글로 써 두면 영원히 살아남잖아”라는 에드워드의 대사처럼, 어떤 허구의 이야기는 현실보다 더 뼈아프게 진실을 보여 줄 수 있다. 고통과 고난을 겪어야 비로소 눈부신 작품을 쓸 수 있는 이야기꾼의 비극적 숙명을 그린 점도 인상적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스토리텔로서 포드 감독의 야심을 선언한 작품이다. 2016년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 포드 감독의 미려한 칼날로 해부한 현대 예술의 민낯. 가난한 예술가와 호화로운 향유층의 극렬한 대비가 극 중 범죄 소설로 형상화된다. 부(富)와 허영이 휘두르는 폭력의 파괴성을 섬뜩하게 드러낸 아름다운 영화. 나원정 기자

★★★☆ 사랑과 폭력은 어느 순간 맞닿는다는 서글픈 진실. 이를 담은 원작의 힘도 강렬한데, 포드 감독은 이를 강렬하고 유려한 영상에 아로새겼다. 영화와 미술, 패션을 넘나드는 포드 감독의 포스가 엿보이는 작품.

김나현 기자
어쌔신 크리드
감독 저스틴 커젤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코티아르, 제레미 아이언스, 브렌단 글리슨, 샬롯 램플링
장르 액션, 모험, 판타지
상영 시간 115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월 11일
줄거리 칼럼 린치(마이클 패스벤더)는 1급 살인죄로 사형에 처해진다. 죽은 줄만 알았던 그는 과학자 소피아(마리옹 코티아르)의 비밀 연구 병동에서 깨어난다. 소피아는 칼럼의 유전자 속에 각인된 기억을 통해, 1492년 스페인에서 비밀 모임 ‘암살단’으로 활동했던 칼럼의 조상 아귈라(마이클 패스벤더)의 행적을 밝히고자 한다.

별점 ★★★ 소피아가 칼럼을 통해 500년 전 인물 아귈라의 기억을 꺼내려 하는 건, 선악과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다.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가 처음으로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따 먹었다는 그 과일 말이다. 이 영화에서 선악과는 인간이 지닌 자유 의지와 폭력성의 원천처럼 여겨진다. 종교 재판이 극에 달한 15세기 스페인, 가톨릭만을 절대 종교로 강요하는 종교 재판소의 ‘템플 기사단’은 이교도의 ‘암살단’이 지닌 선악과를 빼앗으려 든다.

아귈라는 선악과의 마지막 행방을 감춘 채 사라진 암살단의 기사. 이 영화는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이 지금도 암암리에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유전자의 기억을 통해 현대와 15세기 스페인을 오가는 이야기를 펼친다. 그 두 가지 설정은 잘 알려진 대로, 동명 비디오 게임에서 가져온 것이다.

암살단을 상징하는 독수리의 시점에서 지상을 비추는 웅장한 부감숏이나, 고색창연한 15세기 스페인 뒷골목에서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며 벌이는 아슬아슬한 액션은 그럴듯한 볼거리다. 반면, 이 영화는 선악과를 둘러싼 싸움이 왜 그토록 끈질기게 이어지는지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 어떤 지략도 보여 주지 못한다.

액션신 사이사이, 등장인물들이 선악과와 템플 기사단, 암살단을 둘러싼 이야기를 대사로 줄줄이 풀어내는 식이다. 그나마도 인물들 각자의 음모가 섞여 있어 정확히 이들이 각자 선악과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웅장하게 되살린 ‘맥베스’(2015)의 저스틴 커젤 감독과 매력적인 두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코티아르가 다시 뭉친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기대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얼라이드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브래드 피트, 마리옹 코티아르
장르 로맨스, 드라마, 전쟁 상영 시간 12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월 11일
줄거리 1942년 모로코 카사블랑카. 영국 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은 프랑스 비밀 요원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코티아르)와 부부로 위장해 독일 대사 암살을 기도한다. 작전 중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가정을 꾸리려 영국 런던으로 건너온다. 단란한 생활도 잠시, 맥스는 상부로부터 마리안이 이중 스파이라는 첩보를 듣는다.

별점 ★★★ 명백히 사랑에 관한 영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 삼은 이 영화는 으레 나치와 레지스탕스를 앞세우고 폭격 소리로 요동치지만, 내내 로맨스를 정조준한다. 단순한 ‘전쟁 통 사랑’이 아니라, 복잡한 심리의 사랑이다. 금기의 사랑을 택한 맥스를 통해서다. 그는 남의 나라 스파이에게 이끌려 결혼한 뒤, 의심하고 또 고뇌한다. 맥스가 겪는 일대의 혼란을, 이 영화는 찬찬히 따라간다.

‘얼라이드’는 잘빠진 영화다. 먼동 트는 사막에서 출발해 마지막 비행장 시퀀스까지, 줄곧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유지한다. 1940년대 어스름한 시대의 공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 고증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고, 인물도 매혹적으로 그려졌다.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은 마리옹 코티아르다. 이를테면 후반부 맥스가 나치를 처단하는 대목에서, 카메라는 맥스의 총구가 아니라 차 안에 덩그러니 남은 마리안의 얼굴에 집중한다. 시대로부터 내몰린 한 여자의 비통과 불안이 그 얼굴에 여실히 드러난다.

심리 묘사는 탁월하나, 인물과 배경이 촘촘하게 엮인 영화는 아니다. 전쟁 시대의 참상을 다루는 태도는 다소 안일하게 느껴질 정도. 하여 숱하게 쏟아지는 총성과 포탄이 어느 부분에서는 전쟁 스펙터클의 과시로까지 여겨진다. 이 사랑은 우아하고 유려하고 애처로운 반면, 어딘가 공허하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너의 이름은.
감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10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4일
줄거리 일본의 도쿄 소년 타키(카미키 류노스케)와 시골 소녀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꾼다. 그리고 마침내 실제로 둘의 몸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르며 절대 만날 리 없던 두 사람은 꼭 만나야 하는 운명이 된다.

별점 ★★★★ ‘너의 이름은.’은 인간의 능력으로 맞설수 없는 강력한 자연재해에서 ‘인간을 살리는 이야기’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트라우마를 이겨 내자는 의미와,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려는 마음이 담겼다. 이 영화에서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별한 재능이 더욱 빛을 발한다. 혜성이 지구로 쏟아질 때 뿜어내는 빛의 영상미는 그야말로 황홀경. 하나하나 깊이 새기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대사와 주제를 확실하게 표현한 OST도 감동적.

이지영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