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의 글은 소설가 김연수와 김애란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바람에 2015년 미국 듀크대에서 열린 문학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10일 SBS 보도에 호응해 나온 것이다. SBS는 김연수, 김애란 두 작가가 북미 한국문학학회의 요청을 받아 2015년 11월 듀크대의 문학행사에 참가하려 했으나 한국문학번역원이 "그 두 작가를 위에서 싫어하기 때문에 초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부했다는 내용을 학회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두 작가가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세월호 추모 글 모음집 『눈먼 자들의 국가』에 글을 실었다는 사실을 함께 소개했다. 한국문학을 알려야 할 정부기관이 유명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외국 진출을 막은 정황이 있다는 얘기다.
이시영 시인은 두 작가 관련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블랙리스트는 이렇게 세세하게, 엄밀하게 작동되었다" "이번에 다 바꿔야 한다. 그게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급박하며 실행적인 임무다. 조윤선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실토'했으니 번역원, 문화예술위, 출판문화진흥원도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안 밝히면 우리가 밝힌다!"고 썼다.
다음은 이씨의 페북 글 전문.
'sbs 보도에 의하면 김연수 김애란 두 소설가가 작년 미 듀크대 초청행사에 초청을 받고도 문체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 전 서울대 교수)측의 비협조로 결국 가지 못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규탄성명에 이름을 올리거나 이와 관련된 글을 쓴 것 때문이라는 것. 블랙리스트는 이렇게 세세하게, 엄밀하게 작동되었다.
작년 2월 나와 다른 세 분이 미 하와이대와 버클리대 문학행사 초청을 받아 한국문학번역원에 항공료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네 사람 중 나와 다른 한분은 항공료를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예산이 없다는 것. 결국 두 분은 번역원 지원으로, 나와 다른 한분은 버클리대가 제공한 비행기 티켓으로 하와이대와 버클리대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블랙리스트라는 걸 최근에 와서야 실감한다. 우스운 것 하나는, 공항에 가서 여행자보험을 들려고 했더니 이 보험만큼은 번역원이 지원해주었다는 것. 국가의 '은혜'에 새삼 감사드린다.
'개혁'은 쉬운 과제가 아니겠으나 바로 이런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하나하나 바로잡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문체부 산하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전 서울대 교수), 한국출판문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등 유독 '진흥'자가 붙은 수많은 예술문화기관들의 실체가 이렇다. 이번에 다 바꿔야 한다. 그게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급박하며 실행적인 임무다. 조윤선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실토'했으니 번역원, 문화예술위, 출판문화진흥원도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안 밝히면 우리가 밝힌다!'
신준봉 기자 shin.juneb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