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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 보증금 안 내는 술집·식당, 소줏값 1000원 올린 건 꼼수

중앙일보 2017.01.11 02:09 종합 8면 지면보기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최근 친구들과 소주를 마신 대학생 A씨는 짜증이 났다. 4000원 하던 소주 한 병 값이 최근 5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1월부터 빈 병 보증금이 기존 40원에서 100원으로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음식점 주인이 잽싸게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홍대앞과 강남 일대의 음식점들도 술값을 속속 올리고 있다.

보증금 60원 인상 후폭풍…진실은
99% 빈 병 회수되는 도심 술집엔
주류도매상이 보증금 빼고 납품
“식당·술집이 국민 기만한 것”
편의점은 100원 올려 40원 추가 이익
환경부 “인상 못하게 조치하겠다”

하지만 빈 병 보증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 정선화 자원재활용과장은 이런 음식점들의 가격 인상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 과장은 “음식점과 술집들은 빈 병 보증금을 제외하고 술을 납품받는데 빈 병 보증금이 올랐다고 술값을 올렸다면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빈 병 보증금 거래 과정을 정확히 알면 술집이나 식당에서 함부로 꼼수를 부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빈 병 보증금은 어떤 경로를 따라 지급될까.

빈 병 보증금은 소주나 맥주 등 규격화된 빈 병 재사용을 늘리기 위해 1985년 도입된 제도다.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빈 병 보증금을 소주는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했다.

일반적으로 주류는 제조업체가 생산하면 주류도매상을 거쳐 대형마트·편의점·식당 등지에서 판매된다. 주류 제조업체는 소주나 맥주를 생산하면 곧바로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순환센터)에 빈 병 보증금을 위탁한다. 순환센터는 주류도매상이 주류 제조업체에 빈 병을 반납하면 수량을 확인하고 지급관리시스템을 통해 빈 병 보증금을 주류도매상에 전달한다. 주류도매상이 빈 병 회수 의무를 지는 구조다. 그 대가로 빈 병 취급수수료를 주류 제조업체로부터 받는다. 한 병에 소주는 18원, 맥주는 20원이다.

주류도매상은 유통업체에는 빈 병 보증금을 부과한 가격으로 납품하지만 술집·식당에는 빈 병 보증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소주 ‘참이슬’(360ml)을 예로 들면 생산가 1015.7원에 유통마진 15%를 더한 1200~1300원에 판매한다. 대부분의 술집은 여기에 2600~2700원의 마진을 붙여 4000원에 판매해 왔다.

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술집은 거래처가 거의 변하지 않고 빈 병도 99% 회수되기 때문에 도심에 있는 대부분의 술집에는 빈 병 보증금을 부과하지 않고 거래한다”며 “농촌이나 도시 외곽 등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술집에만 빈 병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납품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빈 병 보증금이 인상됐다고 소줏값을 올렸다면 빈 병의 주인은 손님이 돼야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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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 회수율이 30% 정도로 낮은 유통업체에는 빈 병 보증금을 더해 판매한다. 대부분의 편의점들이 지난 5일 360ml 소주 한 병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한 이유다. 다만 소주 빈 병 보증금 인상분(60원)에다 40원을 추가해 올린 것은 꼼수로 지적된다.

편의점 업체들은 10원 단위로 가격을 정하면 소비자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100원 단위로 인상했다고 군색하게 항변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 정 과장은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돼 있는데 10원 단위가 계산하기 불편하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며 “주류도매상협회 등을 통해 소매점이나 식당에서 빈 병 보증금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적극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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