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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선실…갑자기 기우는 배, 7m 구조 슬라이드로 아찔한 탈출

중앙일보 2017.01.11 01:09 종합 21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조한대 기자가 10일 서울 능동의 서울광나루안전체험관 선박안전체험장에 설치된 구조 슬라이드(3.5m 높이)로 훈련용 선박에서 탈출하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중앙일보 조한대 기자가 10일 서울 능동의 서울광나루안전체험관 선박안전체험장에 설치된 구조 슬라이드(3.5m 높이)로 훈련용 선박에서 탈출하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전원 퇴선! 전원 퇴선!”

광나루 선박안전체험장을 가다
몸 흔들리는 순간 “전원 퇴선” 방송
교육받은 대로 구명조끼 입고 대피
세월호 1000일 맞아 9일 시범개장
“평소 훈련해야 대응 능력 좋아져”

10일 오전 서울 능동 서울광나루안전체험관의 선박안전체험장. 12㎡ (약 4평) 규모의 훈련용 선실에 긴박한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배가 좌초됐다는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선실은 이미 우측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최고 20°까지 기울어지는 시설이지만 이날 선실의 기울기는 7°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고 있던 좌석 안전벨트에 중심 잃은 몸을 지탱해야 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훈련 교관이 구명조끼를 내줬다. 사전 교육대로 조끼의 배·가슴 부분 결합 밴드를 순서대로 단단히 연결하려 했지만, 몸이 기울어져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목 부분에 부착된 끈까지 묶고 주위를 둘러보니 유치원·초등학생과 이들의 부모 등 10여 명도 황급히 조끼를 입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선실을 빠져나가니 지상 3.5m 높이에 7m 길이의 구조 슬라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실제 해상이었다면 슬라이드 밑은 차디찬 바다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한 명씩 타고 내려갔다. 주춤하는 이도 있었지만 10여 명의 훈련참가자들은 5분여 만에 기울어진 선실에서 무사히 탈출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을 맞아 9일 운영을 시작한 선박안전체험장(이하 체험장)에 가봤다. 체험장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최초의 ‘선박 탈출 교육장’이다. 석달 간의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오는 3월부터 정식으로 운영된다. 이희순 서울광나루안전체험관장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박 탈출 요령을 배우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청이 많아 예산 5억여 원을 들여 6개월 간의 공사 기간 끝에 체험장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선박 탈출 교육을 받은 양성임(38)씨는 “선실이 흔들리고 기울어질 때 어른인 나도 무서울 정도로 실감이 났다. 위급 상황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관(오른쪽)의 완강기 사용법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광나루안전체험관에서는 선박 좌초나 화재·지진·태풍 등의 재난 대처 요령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교관(오른쪽)의 완강기 사용법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광나루안전체험관에서는 선박 좌초나 화재·지진·태풍 등의 재난 대처 요령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체험관에서는 선박사고는 물론 화재·지진·태풍 같은 재난 상황 대피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화재 대피 교육 중에는 지상 4m 높이에서 ‘완강기’를 직접 타고 내려가는 훈련도 있다. 영화에서 흔히 봤지만 실제로 직접 완강기로 지상에 내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건강한 성인 남성인 기자도 첫째 시도에서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화재 대피 교육장에선 연기로 가득한 통로에서 비상구 불빛에 의지해 빠져나오는 훈련을 했다. 지진 체험장은 가상 부엌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진도 3~7의 지진을 단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광나루안전체험관에서는 화~일요일 하루 3회(오전 10시, 오후 1·3시, 수 오후 7시 추가) 2시간씩 무료 체험 교육이 이뤄진다. 만 6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한 회당 최대 200명까지 교육 받을 수 있는데도 3월말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이희순 관장은 “9·11 테러 때 미국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입주해 있던 글로벌 금융사인 모건스탠리의 직원 중 10여 명을 제외한 2687명이 살아남았다. 평소의 훈련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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