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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알파고 효과, 수법의 미묘한 변화

중앙일보 2017.01.11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16강전 2국> ●·이동훈 8단 ○·커제 9단

2보(16~32)=우상귀로부터 한 발 좁게 전개한 백△(실전 14)와 좌상귀로부터 한 발 넓게 상변 백쪽으로 바짝 다가선 흑▲(실전 15). 둘을 비교하자면 백△는 견실함이고 흑▲는 기세다. 일장일단이 있어 부분적으론 어느 쪽이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운데, 좌상귀에 16, 17을 교환한 뒤 몸을 비틀어 엿본 18이 미묘했다. 참신하다고나 할까.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 등장 이후 바둑계에 조금씩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다.

기세를 앞세운 이동훈이 19, 21로 밀어붙이니 커제가 20으로 늘었다가 22, 24로 끊어두고 다시 26으로 물러선다. 밀고 당기는 일류의 완급 조절. 27로 잡을 수밖에 없을 때 28로 차단해 바꿔치기의 형태가 됐는데, 이 결과는 백의 취향대로 ‘통했다!’는 게 국가대표 검토실의 중론이다. 견실하게 백△로 좁혀둔 형태가 적절하고 흑▲를 품어 기분 좋다. 바꿔치기라고 하지만 흑▲에 비해 백△의 쓸모가 많다. 29, 30을 교환하고도 귀를 보강해야 한다.

별 수 없이 31로 따냈는데 선수를 취한 커제는 유유히 우하귀 32로 날아간다. 손짓은 나비처럼 부드럽고 굳힘은 견고하다. 좌상귀 접전에서 백이 거둔 전과는, 이후에도 여전히 ‘참고도’ 백1의 뒷맛이 남아있다는 것. 흑a면 백b로 걸려들고 흑b면 백a로 건너 손실이 크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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