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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18. 진짜로 당신의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까?

중앙일보 2017.01.10 00:02
 일본의 전자제품 메이커 히타치(HITACHI)는 지난달 자사 요코하마 연구소 안에 ‘오픈 라보(laboratory)’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고객이 직접 찾아와서 ‘이러이러한 것이 불편하다’고 말하면 그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고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새로운 컨셉입니다.
 
히타치의 `오픈 라보`. 연구원들이 고객의 얘기를 듣고 있다. [히타치제작소]

히타치의 오픈 라보. 연구원들이 고객의 말을 듣고 있다. [히타치제작소]


 야가와 유이치(矢川雄一) 요코하마연구소장은 “(오픈 라보는) 기술 위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고객이 던져준 과제가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굳이 히타치가 아니어도 지금까지 기업이 ‘고객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적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직원이 일상적으로 고객을 만나서 고객의 요구를 상사의 명령처럼 따르며 일한 사례는 드뭅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 위주가 아니라 철저하게 고객이 던져준 과제를 우선시해서 실행하는 곳이 '오픈 라보' 입니다.


 히타치가 ‘진짜’ 고객 우선주의를 주창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히타치는 소속 연구원이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월등한 기술력을 영업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일은 잘하지 못해 왔습니다. 
 
 그래서 2015년 4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때까지 ‘전자연구소’‘전기연구소’ 식으로 돼 있던 연구조직을 3개 그룹으로 통폐합했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해소하는 ‘사회 이노베이션 협창(協創) 총괄본부’, 고객의 관점에서 단기 또는 중기적인 기술기반을 마련하는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총괄본부’, 그리고 장기적인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초연구센터’가 그것입니다. 
 
 그해 10월엔 도쿄 아카사카에 ‘고객협창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 곳의 가시무라 가오리(鹿志村香) 센터장은 “종전의 연구소는 기술을 개발해서 사업부에 전달하고 끝이었다”며 “연구원은 개발이 끝났다고 손을 털면 안되고, 반드시 그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고객의 니즈는 뭔지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을 개발해서 사업부에 전달하고 끝이라고 하면 안되고, 반드시 그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는지 파악해야 한다.



 1년 2개월여가 지난 지금 고객 의뢰 건수는 2배로 늘었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상용화 검증을 받은 건수도 3배가 됐다고 합니다. ‘협창공간’과 ‘오픈라보’에 이어 2019년엔 더 큰 규모의 고객중심 연구조직을 만들 계획입니다.
 
 미쓰비시전기의 진공청소기 ‘인스틱’도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만든 제품입니다. 인스틱은 TV 옆에 세워두면 마치 세로로 긴 오디오 스피커처럼 보입니다. 
 
청소기 같아 보이지 않는 미쓰비시전기의 코드 없는 청소기 `인스틱`. [라쿠텐]

청소기 같아 보이지 않는 청소기 인스틱(오른쪽). [라쿠텐]


 이 제품을 디자인한 요츠야 히토미(四津谷瞳)씨는 주부들이 통상 청소기를 수납공간에 넣어놨다가 청소할 때 꺼내쓰는데, 이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는 과정이 귀찮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그래서 거실에 계속 놔둬도 미관적으로 문제가 없고, 그냥 세워놨을 때는 공기청정기 기능도 하는, 신개념 청소기를 개발한 겁니다. 50~70만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에도 인스틱의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사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라’‘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제공하라’라는 얘기는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기업은 외형적인 시늉은 하면서도, 계속 내 업종에서, 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곤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히타치와 미쓰비시의 사례에서 보면 ‘진짜’ 고객 우선주의는 먼저 시작하는 쪽이 이득을 더 많이 챙겨가는 구조가 될 것 같습니다. 다들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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