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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반동(反動)

중앙일보 2017.01.05 18:16
반동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콩트레꾸(contrecoup)는 “현존하는 경향 또는 상태를 역전시키는 움직임을 통해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의대로라면 오늘은 반동(反動)의 흐름이 거셌던 날이다.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변호인단은 오늘 철저하게 반동을 실천했다.

최순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곤 “억울한 부분이 많다. (재판부가)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반격은 더 거칠었다. 대통령의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는 “촛불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인 민중총궐기가 민심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동하는 세력은 민주노총으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고 태극기를 부정하는 이석기(55ㆍ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한다.

집회에서 대통령을 조롱하며 부르는 노래의 작곡자도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 네 번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고도 주장했다.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따라다니면서 ‘대통령에게 온 민원은 소홀히 말라’고 배웠다”며 육 여사까지 동원했다.

이 쯤에서 대통령의 3차례 대국민 담화를 찬찬히 돌아본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2016년 10월 25일 1차 담화)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입니다…. ”(2016년 11월4일 2차 담화)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2016년 11월29일 3차담화)

그 때마다 미흡하다는 비판이 따랐지만 세번의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사과”,“사죄”를 언급했다. 그리고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이 바뀐 건 새해 들면서다. 1월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허위가 남발이 돼 종을 잡을 수가 없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은 역사와 싸우기로 결심한 것같다. 헌재와 서울중앙지법에서 잇따라 터져나온 ‘반동’의 목소리는 그런 결기가 촘촘히 배어 있다.

오늘은 소한(小寒)이다.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역(逆) 민심'의 목소리로 소한 추위는 온데간데 없다. 딸 얘기를 빌자면 ‘고구마 10개를 물 없이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1974년 7월25일 닉슨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바버라 조던 하원의원은 이렇게 외쳤다.

“국민의 공적 신뢰를 배신한 대표는 탄핵될 수 있다. 국민은 대표에게 권한을 신탁한 게 아니다.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다. 대리인으로서 대표는 권리를 위임한 주인인 국민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과연 박 대통령이 '위임받은' 권리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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