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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체해도 집 경매 1년 유예해준다

중앙일보 2017.01.05 09:31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서울에 사는 이모씨는 2010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5억3000만원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하는 조건이었다. 이씨는 5년 간 대출 이자를 착실히 갚았지만 2015년에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두달 간 이자를 연체했다. 그러자 은행은 담보로 잡은 아파트를 압류해 경매에 부치겠다고 통지를 해왔다. 급히 연체된 이자를 갚았지만 소용 없었다. 이씨는 은행의 경매 진행을 막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이씨처럼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지 2~3개월만에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부쳐지는 일은 줄어들 전망이다. 주담대를 연체했더라도 차주가 필요하다면 최대 1년 간 집 경매를 유예해주는 제도가 1분기 중 마련된다. 담보로 맡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오갈 데 없게 되는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러한 내용의 2017년 업무계획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지 석달 안에 은행이 주택을 압류하는 경우가 28.7%에 달한다. 여신거래약관에 따라 연체가 발생한 지 2개월 뒤부터는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에 부치기 전에 금융회사가 반드시 차주와 상담을 해야 한다. 해당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오갈 곳이 없다고 판단되는 차주에 대해선 경매를 최대 1년 간 미뤄주게 된다. 이러한 경매유예 제도는 정책모기지(디딤돌대출ㆍ보금자리론)부터 시행해서 은행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체에 빠지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한 채무조정 제도도 마련된다. 실직이나 폐업으로 재무적인 곤란을 겪고 있음이 확인되면 아직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1년 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에 정책모기지론에 도입된 ‘원금상환 유예제도’가 1개월 이상 연체자만 대상으로 한 데 비해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하게 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일 언론 브리핑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원금을 분할상환하는 구조이다보니 실직하면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면서 “분할상환 구조에 맞는 보호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원금상환 유예 대상자는 신용등급이나 금리 등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의 우려가 있다.

은행의 연체이자율 산정체계도 금융당국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현재 은행권의 주담대 연체이자율은 11~15%로 기준금리 인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이 연체이자율이 연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적정하게 반영했는지, 합리적 기준 없이 과도하게 책정됐는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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