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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민, TV서 한국 아이돌 보면 역감정…그래서 제재”

중앙일보 2017.01.05 02:21 종합 3면 지면보기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차관보급)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단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며 중국인이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정책)은 국민 감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방중단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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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부장조리는 “한국 국민 감정과 마찬가지로 중국인도 희로애락이 있다”며 “한·중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중국이 (한국의) 안보를 직접 위해한 적도 없는데 왜 새롭게 (한국이) 중국 안보를 저해하냐는 중국의 국민 감정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한령 지적에 “(중국인의) 감정이 좋지 않은데 목소리 큰 소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국민이 제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류 프로그램 제한은 사드 배치로 인한 조치라는 것이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제한령에 대해서도 “다만 저가 여행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이 사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TV에서 한국 드라마, 한국 아이돌 일색이면 역감정이 나올 수 있어 자제하는 방식으로 국민 감정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류 제한, 사드 보복 인정한 셈
“중국은 미국 대체할 능력 없어
한·미 동맹 잘 되기를 바란다”
북한 6차 핵실험 가능성 우려엔
왕이 “대북제재 중국이 가장 잘해”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을 토로하자 왕이 부장은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왕 부장은 “중국이 미국·국제사회와 함께 채택한 안보리 결의 2270호와 2321호가 잘 지켜지면 북한도 비핵화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중국은 이 결의를 잘 이행할 것이다. 그 이행은 중국이 가장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사드 추진을 멈추는 게 바람직한데 당국자가 가속화하겠다고 하면 중국이 자극받을 수 있어 현명하지도 좋지도 않다”며 “상호 이익을 위해 해결 방안을 찾아갈 테니 가속화하지 말고 공동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선원 전 청와대 외교전략비서관은 “왕이 부장이 사드 결사 반대라는 말을 안 했다”며 “사드 해결 방안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없이 한국 정부에 자신의 입장 전달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방중단 관계자는 “우리 당이 (사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라든지, 대선주자가 어떤 입장이라는 문제는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한국을 중시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언급에 사드 가속화라는 발언은 삼가고 (배치) 속도를 줄인 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응대했다”고 설명했다.

쿵 부장조리는 “국제 정세가 더욱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가는 건 원치 않는다”며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 증진시키려는데 한국은 왜 중국이 하지도 않은 일을 책임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만찬장에서는 “한·중, 한·미 관계를 상호 배척으로 보지 않는다.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겠다고 전혀 생각한 적 없다”며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 한·미 동맹이 잘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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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논의됐다. 한 의원은 “향후 북핵 문제가 진전을 이뤄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상황이 되면 중국 기업도 참여해 개성공단을 평화적 협력모델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된 지역에서 생산적인 곳으로 바꾸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박정 의원은 지난해 8월 방중 때와 중국의 입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8월에는) 한한령 등 제재에 대해 중국이 부인 일변도였지만 이번에는 어느 정도 국민 감정 때문에 시인하는 뉘앙스였다”며 “사드 배치의 심각성은 얘기하면서도 그때(8월)보다 긴박감도 내비치면서 다른 한편으론 기대감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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