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윤석열-국정원의 질긴 악연

중앙일보 2017.01.05 02:07 종합 6면 지면보기
윤석열

윤석열

지난 2일 이병기(70)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국정원 관련 수사가 공론화되면서 법조계에선 특검팀의 핵심인 윤석열(56) 수사팀장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와 국정원의 질긴 악연을 떠올리는 것이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때
수뇌부 반대에도 원세훈 공소장 변경
“위법 지시 못 따른다” 발언해 좌천
특검팀장 맡아 다시 국정원 조준

윤 팀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당시 수사팀장으로 국정원을 상대로 칼을 뽑은 적이 있다.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 과정에서 직속 상관인 조영곤(58)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을 겪다 결국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쓴 채 자신의 책임으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시도한 게 문제가 됐다.

윤 팀장은 수사팀에서 제외된 지 사흘 만인 같은 해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수사 초기부터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하극상”이라고 지적하자 “위법을 지시하면 따를 수 없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으로 맞섰다. 이후 윤 팀장은 정직 1개월,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고 좌천성 인사로 대전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을 통해 윤 팀장은 국정원의 생리와 조직을 꿰뚫어 보는 몇 안 되는 검사가 됐다. 특검팀이 수사 초반 국정원의 역할에 주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을 향해 뽑은 윤 팀장의 칼날이 어디까지 뻗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규철 특검보는 공식 브리핑에서 “국정원 직원의 개입 정황은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국정원이나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팀 안팎에선 예사롭지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국정원이 주요 사건 곳곳에서 영향을 미친 흔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는 물론이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전반과 관련한 국정원의 역할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이 통상 업무로 생각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국정원 내부를 잘 아는 윤 팀장에게는 법률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특검 수사가 자칫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윤 팀장과 수차례 함께 일했던 특검팀 관계자는 “(윤 팀장이) 마음속으로 칼을 갈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적 감정이나 개인적 시각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