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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영화관에 아이들 웃음꽃이 가득

어르신 영화관에 아이들 웃음꽃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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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추억극장 미림’ 최현준 운영부장
고립된 섬 아닌 세대 소통의 장으로 활용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학생·어르신 의논해 ‘옛날영화제’ 열기도
인천의 ‘추억극장 미림’ 입구 옛 영화 포스터 앞에 선 최현준 운영부장. [사진 장진영 기자]

인천의 ‘추억극장 미림’ 입구 옛 영화 포스터 앞에 선 최현준 운영부장. [사진 장진영 기자]

“실버들만의 고립된 섬이 돼선 안 됩니다. 세대 소통, 교감의 장으로 꾸려 가야지요.”

인천 유일의 실버영화관 ‘추억극장 미림’(이하 ‘미림’)의 최현준(42) 운영부장은 ‘실버’를 내세우지 않았다. “가족 문화공간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미림’의 전신은 1957년 인천시 동구 송현동 중앙시장 진입로에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를 상영하면서 탄생한 미림극장이다. 미림극장은 대형 복합상영관에 밀려 개관 47년 만인 2004년 문을 닫았다가 2013년 인천시와 동구의 지원을 받아 실버영화관으로 재개관했다. 고전영화 위주로 상영하면서 55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관람료 2000원씩만 받는다.

2015년부터 ‘미림’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최 부장은 극장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이다. 부천국제영화제·구로문화재단·서울아트마켓 등에서 문화예술 기획자로 활동했던 최 부장이 ‘미림’에 합류했을 당시 극장은 경영난이 계속돼 존폐 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었다. 하루 평균 130명가량의 관객으로는 월 1500만원 정도의 운영비를 댈 수 없었다.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좋은 문화공간 역할을 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지역 예술인들을 만나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달라’고 부탁했지요.”

예술인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그램들은 극장 분위기를 바꿔 놨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가 파견사업’ 덕도 톡톡히 봤다. 조은성 영화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김재민이 미술가가 극장 2층에 복고 콘셉트로 꾸민 ‘포토존’, 류석현 음악평론가가 어르신들의 신청곡을 받아 진행하는 ‘모던걸 모던보이의 라디오 쇼’ 등에 관객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날씨 좋은 가을에는 극장 인근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앞 공원에서 영화 야외 상영도 했고, 옛 미림극장에서 30여 년간 영사기사로 일했던 조점용(72)씨가 소장하고 있는 필름 영사기와 오래된 필름 등을 모아 전시회도 열었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중학교 자유학기제 연계 수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극장 안에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관람예절 동영상을 영화 상영 전에 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아이들이 직접 어르신들의 수요를 조사해 영화를 선정·기획한 ‘옛날영화제’도 진행했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하나의 주제로 함께 이야기하는 것 자체의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고요.”

‘미림’의 경영 상태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관객 수는 하루 평균 170명 정도로 늘었다. 광복절엔 관객 350명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아 인건비 등을 지원받게 됐다. 최 부장은 “잘될 것이란 희망이 크다”며 “어르신들에게 하루하루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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