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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V라인 되고 싶어 양악수술?…잘못하면 얼굴 비대칭 고통

중앙일보 2017.01.05 01:18 종합 20면 지면보기
차인호의 건강 비타민
최근 몇 년째 이어지는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양악수술이다. ‘연예인 수술’이라 불리며 열광적 호응을 얻는가 하면, ‘의료 상업화의 끝판왕’이란 비판을 듣기도 한다.

교정으로 힘든 얼굴 기형 치료 목적
입술·잇몸 감각마비 등 합병증 우려
효과·부작용 꼼꼼히 따져 결정해야
인터넷 의존 말고 전문의와 상담을

양악수술이란 말은 치과·성형외과에선 잘 쓰지 않는다. 아래턱뼈(하악골)의 악교정 , 위턱뼈(상악골) 악교정 수술이란 말을 주로 쓴다. 둘 다 할 때 ‘양악 동시 악교정 수술’ 또는 ‘양악수술’이라 부른다. 얼굴뼈 성형술엔 턱뼈 외에 광대뼈·이마 성형술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악교정 수술’ 또는 ‘안면윤곽 수술’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국내 양악수술은 연간 4000~5000건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파악 안 된다. 최근엔 이 수술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병·의원의 환자 유치 경쟁이 줄면서 다소 주춤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민모(25·여)씨가 상담실로 들어섰다. 주걱턱에 부정교합(아래윗니가 잘 맞지 않는 질병)이 있었다. 치아 교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민씨는 “더 고민해 보겠다”며 돌아간 뒤 소식이 없었다. 그러더니 얼마 전 다시 방문했다. 민씨는 “다른 병원에서 양악수술을 받았어요. 예뻐졌다는 말을 들어요”라며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민씨는 부정교합을 치료했고 주걱턱 얼굴을 ‘V라인’으로 만들었다. 이 환자의 결정이 일석이조 효과를 낸 현명한 판단일까, 아니면 부작용을 무릅쓴 무모한 것일까. 결과가 나빴다면 결정을 후회했을까.

양악수술의 역사는 깊다. 1849년 미국 의사 헐리헌(Hullihen)은 미국 치의학학술지(Journal of American Dental Science)에 최초의 악교정 수술을 보고했다. 그 후 수술법이 발전했고 항생제 사용이 보편화된 195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처음엔 아래턱 하악수술을 시행했다. 수술·마취 기법의 발달 덕에 80년대에 양악수술이 자리 잡았다.
초기엔 대부분 얼굴 기형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이뤄졌다. 10여 년 전부터 미용 목적 이 증가해 의료 상업화와 수술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다. 구강악안면외과 교과서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신생아 100명 중 1~3명이 얼굴 기형이다. 선천성 얼굴 이상은 주로 유전자 이상 때문이다. 또 임신부가 풍진·단순포진·매독에 걸리거나 특정 항생제·항경련제·혈액응고방지제를 썼다 발생하기도 한다. 임신부의 음주·마약이 원인일 수도 있다. 선천성 얼굴 기형은 구순구개열(입술·입천장 갈림증)·소두증이나 광대뼈 형성 저하, 불균형한 큰 머리 등의 형태로 다양하 다.

양악수술이 필요한 대표적 유형은 성장하면서 골격에 이상이 생기는 ‘발육성 악안면 기형’이다. 광대뼈·턱뼈가 정상이 아니거나 심한 사각턱일 때도 수술을 할 수 있다. 얼굴 기형 환자 대부분은 뼈 위치가 안 맞아 씹기·발음에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호흡에 이상이 온다. 턱관절에서 잡음이 나고 통증도 온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말할 것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의 논문(2014)에 따르면 얼굴 기형 환자 99명 중 13명이 ‘신체 기형성 장애(외모 결함 생각에 골몰하는 일종의 정신장애)’가 있었다. 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이 악교정 수술을 앞둔 194명을 조사했더니 얼굴 기형이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초래했다. 여성 122명은 지나친 걱정, 화·짜증, 무기력, 허리 통증, 쉽게 마음에 상처 받기 등을 호소했다. 72명의 남성은 집중력 저하, 화·짜증, 과도한 긴장, 지나친 걱정, 부주의 염려 등을 들었다. 악교정 수술이 잘되면 기능이 개선되고 이러저러한 스트레스를 줄여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환자 강모(28)씨의 수술 이전(왼쪽)과 이후. 1차로 주걱턱인 아래턱뼈 일부를 잘라내고 이어 위턱뼈와 아래턱뼈를 밀어 넣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또 다른 환자 강모(28)씨의 수술 이전(왼쪽)과 이후. 1차로 주걱턱인 아래턱뼈 일부를 잘라내고 이어 위턱뼈와 아래턱뼈를 밀어 넣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양악수술이 치료 목적에 쓰이면 문제될 게 없다. 성형 열풍을 타고 미용 목적으로 변질돼 사달이 났다. 지난해 초 한국소비자원이 214건의 성형수술 피해자를 분석했더니 85%가 미용 목적이었다. 치료 목적은 15%에 그쳤다. 양악수술도 경향이 비슷하다.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할 때에도 미용을 고려한다. 부정교합을 치료하기 위해 양악수술을 하면 치료 목적이 될 것이다. 반대로 부정교합은 참고 살 만한데 좀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수술을 받으면 미용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와 미용 목적이 섞여 있다. 최근엔 컴퓨터를 이용한 3차원 진단,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CAD/CAM), 3D 프린팅 기법 등이 도입돼 양악수술의 정확도는 물론 심미적인 만족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양악수술은 다른 큰 수술 못지않게 위험이 따른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심한 출혈이다. 드물지만 입술과 잇몸의 감각마비, 원하지 않은 턱뼈 골절, 코골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원의 피해자 신고 214건 중 안면윤곽 수술 부작용이 13건이다. 이 가운데 신경 손상과 비대칭이 각각 5건이다. 수술 도중 아래턱 신경이 손상되거나 끊기면 입술 감각이 없어진다. 되살리기 힘들다. 수술 후 좌우 뼈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중 사망 사고도 발생하지만 일반적 수술에 비해 비율은 높지 않다. 그런데도 사회적 파장은 더 크다. 치료보다 미용 목적에서 수술을 받던 중 발생한 사고여서 받아들이기 더 어려운 것이다.

미용 목적의 양악수술을 남발해서는 안 되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공포를 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치료를 위해 양악수술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 수술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득과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장점만 부각하는 의료진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금물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부 부정교합은 교정 치료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모(20·여·경기도 고양시)씨는 앞니가 거꾸로 물리고 아래턱이 약간 나와 고민이 많았다. 검사 결과 심하지 않은 주걱턱이었다. 이씨에게 작은 금속 핀을 심은 뒤 아래 치아를 전체적으로 뒤로 이동시키는 치료를 했더니 부정교합이 상당 부분 해결됐다. 아래턱이 완전히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씹는 기능이 좋아졌고 외모 변화도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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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모(28·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안면 비대칭이 있었지만 양악수술을 원하지 않아 교정 치료만 했다. 그러나 비대칭이 개선되지 않아 결국 양악수술을 받았다. 안면윤곽 수술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서씨처럼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양악수술을 고려하는 사람들이라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경험 많은 전문의를 찾아 상담 받는 게 좋다.

차인호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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