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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추억] 피케티의 스승, 경제학자 앤서니 앳킨슨 별세

중앙일보 2017.01.05 01:01 종합 23면 지면보기
부와 소득 분배, 불평등 역사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경제학자 앤서니 앳킨슨(Anthony Atkinson) 런던정경대(LSE) 교수가 1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 자택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종으로 별세했다. 73세.

『불평등의 경제학』 등 40여 권
부와 소득 분배 연구서도 큰 획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나 66년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앳킨슨은 『불평등의 경제학』 『사회정의와 공공정책』 등 40여 권의 저서와 350여 편의 논문을 통해 불평등이란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이념·사상적 주장보다는 경험론과 실증분석을 통한 사회적 빈곤 연구에 몰두했으며,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돼왔다. 분배의 불평등 수준을 측정하는 ‘앳킨슨 지수’를 만들었으며,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의 스승이기도 하다. 피케티는 “앳킨슨은 소득과 부의 분배, 불평등의 역사적 연구에 있어서 대부(代父)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부유한 사람이 빈자보다 4배 넘게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처럼 앳킨슨도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5분의 1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불평등한 민주국가는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앳킨슨은 불평등이 별로 이슈가 안 됐던 6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만들어낸 부의 불균형 문제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시장개입론자였다. 부와 소득 양측면에서 불평등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1911~75년 영국의 상속세 기록을 조사한 『영국의 개인적 부의 분배』에서는 부유층에게 상속·부유세를 부과해, 성인이 된 국민들에게 자립자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상속 소득을 분배함으로써 사회적 형평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소득의 평등을 위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과 실업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명시적인 목표를 세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충분할 정도의 최저 임금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개인의 소득세 누진율을 강화하는 한편 한계세율을 65%까지 올리라고도 제안했다. 현재 미국의 한계세율이 39.6%, 영국은 45%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세대 갈등’도 경제적 불평등에서 원인을 찾았다. 기성세대가 사회생활을 하던 60~80년대는 불평등이 심하지 않았지만, 현재 젊은층의 불평등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커졌다고 분석한다. ‘부모 세대와 우리 때는 다르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적 혜택을 못 받은 젊은층의 고민은 한 세대의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4차 산업혁명 등 인간의 일자리 감소 문제에도 주목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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