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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색깔로 소원 나타낸 설빔을 입는 브라질

중앙일보 2017.01.05 00:39 종합 28면 지면보기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신정보다 구정을 좀 더 중요시하는 한국과 달리 브라질에선 1월 1일에 ‘깨어남’이란 뜻의 ‘헤베이용(Reveillon)’ 축제를 크게 펼친다. 12월 31일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지난 한 해의 추억을 되새기고 다가올 새해에도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자정이 가까워 오면 다 같이 근처 해변으로 가서 카운트다운과 함께 불꽃놀이를 즐긴다.

한국에 ‘설빔’이 있듯 브라질에서도 헤베이용 때 입을 새 옷을 장만한다. 여기엔 재미난 전통이 있다. 바로 새해에 바라는 소망을 옷 색깔로 표현하는 일이다. 흰색은 ‘평화’, 파란색은 ‘희망’, 빨간색은 ‘사랑’, 그리고 금색은 ‘부’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브라질 사람들이 제일 많이 고르는 옷의 색은 무엇일까? 정답은 흰색이다. 1월 1일에 브라질 바닷가에 가 보면 거의 대부분이 흰색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외의 색은 보기 드물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새해에는 모든 것이 평화롭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어떤 색의 옷을 고를까? 여러 한국 친구에게 물어봤다. 한 친구는 금색을 골랐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취직이 힘든데 2017년에는 꼭 취업하고 돈을 벌어 부모님께 선물을 사 드리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는 사랑을 뜻하는 빨간색을 골랐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묻지마 살인’이 벌어졌을 때 ‘혐오’의 칼날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새해에는 모두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떤 친구는 흰 옷을 원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평화로운 삶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2호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청년이 사망한 일과 같은 안전사고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도 평화롭고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다수 친구는 ‘희망’을 상징하는 파란 옷을 골랐다. 한국의 2016년은 정말 혼란스러운 해였다. 많은 스캔들이 터지고 사람들은 경악했다. 정계·재계·학계 등이 서로 연결된 부정부패에 분노하기도, 좌절하기도 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정의를 다루는 언론들을 보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정치인들을 보며, 훌륭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시위들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은 희망을 꿈꿨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의 불빛이 돼 줬다. 나도 ‘그래도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이 소망하는 것처럼 2017년이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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