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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패신저스 vs 너의 이름은

중앙일보 2017.01.05 00:01
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AP=뉴시스]

[AP=뉴시스]

패신저스
원제 Passengers 감독 모튼 틸덤
출연 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마이클 쉰, 로렌스 피시번
각본 존 스파이츠 촬영 로드리고 프리에토 미술 가이 헨드릭스 디아스
음악 토마스 뉴먼 장르 SF, 드라마
상영 시간 11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4일
줄거리 우주 개척지로 향하는 우주선 아발론. 120년 동안 동면에 들어간 5000명의 승객 중, 정비공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과 유명 작가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이 깨어난다. 짐과 오로라는 자신들이 예정보다 90년 일찍 깨어났다는 사실에 놀란다.

별점 ★★☆ 까마득한 우주를 여행하며, 인공지능 자동 항법 시스템에 당신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면? ‘패신저스’는 미래의 우주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한 번쯤 던져 봤을 섬뜩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이 영화의 시작은 퍽 흥미롭다. 두 주인공이 ‘왜 90년이나 일찍 동면에서 깨어났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은, 그 이유가 밝혀지는 중반부까지 탄탄한 심리 스릴러로 그려진다. 볼거리도 상당 부분 신경 썼다. 웅장한 우주 공간, 호화로운 우주선 내부 등 현란한 CG(컴퓨터 그래픽)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특히 우주선 내부 중력 상실로 오로라가 무중력 상태의 수영장 속에 고립되는 장면이 장관이다.

‘패신저스’는 SF 스릴러에서 멜로, 대형 재난 블록버스터를 거쳐 휴먼 드라마까지 장르를 넓혀 간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를 녹이려는 의욕은 충만하지만, 밋밋한 연출 탓에 이 영화의 여러 가지 결을 짜임새 있게 조율하지 못한다. 모튼 틸덤 감독의 전작 ‘이미테이션 게임’(2014)에서도 불거졌던 약점이다. 짐과 오로라의 복잡한 애증 관계는 꽤 팽팽하고 긴장감 있게 이어지나, 그 과정이 입체적이거나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공간 자체를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야심이 무색하게, 배경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우주선 아발론도 실망스럽다.

‘핫’한 톱스타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은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끌지만, 영화 전체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캐릭터 자체가 주는 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패신저스’에는 비슷한 우주 재난을 그렸던 ‘마션’(2015, 리들리 스콧 감독)의 흥미로운 캐릭터도, ‘그래비티’(2013,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처절하되 숭고한 광경도 없다. 톱배우 캐스팅도, 스펙터클한 CG도 ‘어정쩡한’ 시나리오가 지닌 근본적 문제를 상쇄하지 못한다. 저예산 SF영화로 제작하는 한이 있더라도, 본래 시나리오에 담고자 했던 의도에만 충실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모든 이야기에는 각각 그 크기와 깊이에 맞는 그릇이 따로 있는 게 아닐까.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 우주에 단둘이 고립된다면 상대가 누구든 사랑할 수 있을까. ‘패신저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다소 장황한 답이다. 두 주연 배우는 화보에서 갓 튀어나온 듯 매력적이지만, 그것만으로 버티기에 상영 시간 116분은 너무 길다. 나원정 기자
여교사
감독 김태용 출연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6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월 4일
줄거리 고등학교 계약직 화학 교사 효주(김하늘)는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지만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그 자리에 부임한다. 효주는 임시 담임을 맡게 된 반의 무용 특기생 재하(이원근)와 혜영의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하고, 이를 무기로 혜영을 압박한다.

별점 ★★☆ 질투와 치정으로 얼룩진 욕망의 삼각관계. ‘여교사’는 이런 설정을 명료하게 관객의 눈앞에 들이민다.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세 인물의 감정, 그 밑바탕엔 계급 문제가 있다. ‘흙수저’로 대표되는 효주가 돈·지위·미모 등을 모두 가진 혜영에게 갖는 시기심. 효주는 혜영이 가진 것 중 단 하나, ‘재하’를 빼앗겠다고 마음먹는다.

‘여교사’는 많은 이들이 느끼는 감정인 ‘열등감’을 치정극에 녹인 설정 자체로 정서적 감흥을 이끌어 낸다. 여성 주인공의 뒤틀린 욕망을 파헤치겠다는 김태용 감독의 야심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의 모든 요소가 그 강렬한 감흥을 위해서만 활용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잡무를 떠맡아야 하는 직장, 답답하고 이기적인 애인(이희준) 등 효주의 일상 묘사는 과할 만큼 안쓰럽다. 극의 중후반 그가 겪게 되는 일들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효주는 왜 이토록 고통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절로 떠오른다. 다소 가학적으로 느껴지는 묘사 때문에 관객은 효주에 감정 이입하기보다, 그가 나락으로 치달으며 망가지는 모습을 구경하듯 지켜보게 된다.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참담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효주의 태도도 이상하리만큼 꼬여 있다. 이 영화가 효주를 묘하게 대상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보게 되는 것은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덕분이다. 바르고 당찬 이미지의 김하늘은 어디서도 본 적 없던 히스테릭한 얼굴로 효주를 맞춤하게 연기했다. 유인영과 이원근 역시 연기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여교사’의 가장 큰 수확은 한국영화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배우들의 얼굴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배우들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맡기고 연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에 따라 영화가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 작품이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너의 이름은.
감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10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4일
줄거리 일본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카미키 류노스케)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꾼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몸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르며, 절대 만날 리 없던 두 사람은 꼭 만나야 하는 운명이 된다.

별점 ★★★★ 꿈속에서 맺은 인연과 추억, 기억나지 않는 이름을 떠올리고픈 애틋한 감성이 황홀한 영상미와 만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다.

시골 소녀 미츠하는 어느 날부터 도쿄의 남학생과 몸이 바뀌는 신기한 꿈을 꾼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 역시 자신이 시골 소녀가 되는 이상한 꿈을 꾼다. 꿈이라 하기에 너무나 생생한 일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서로가 지킬 규칙을 메모로 남겨 둔다.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한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고, 심지어 서로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 1000년 만에 다가오는 아름다운 혜성은 대재앙으로 변하고, 인간의 능력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 타키와 미츠하는 고군분투한다.

영화 속 대재앙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읽힌다.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내레이션은, ‘너의 이름은.’이라는 제목과 더불어 ‘동일본 대지진의 트라우마를 이겨 내고, 희생자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영화가 집중하는 핵심 단어는 ‘무스비(結び)’다. 무녀인 미츠하의 할머니가 내뱉은 이 말은, 한글 자막에도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쓰였다. ‘매듭’ ‘이어짐’ ‘결연’을 뜻하는 단어처럼, 미츠하와 타키는 꼬이고 엉키다 결국 다시 풀리고 이어진다.

‘초속 5센티미터’(2007)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2011) 등을 통해 ‘빛의 마법사’라 불리는 신카이 감독답게, 혜성이 지구로 쏟아질 때 뿜어내는 빛의 영상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하나하나 깊이 새기고 싶을 만큼 대사와 주제를 확실하게 표현한 OST도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볼수록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작업하지 않은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 출연 루크 트레더웨이, 밥(고양이)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3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4일
줄거리 힘겹게 마약 중독을 치료 중인 거리의 음악가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 빈털터리 떠돌이 신세이던 그는 우연히 보살피게 된 길고양이 밥과 둘도 없는 가족이 되며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별점 ★★★☆ 2007년 처음 만나 베스트셀러의 주인공이 된 영국 런던의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보웬과 고양이 밥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의지할 곳 없던 제임스가 밥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되찾는 여정을, 둘의 시점을 오가며 버디무비처럼 펼쳐 낸다. 제임스가 밥을 어깨에 태우고 거리 공연을 하거나, 길에서 잡지를 팔며 차츰 희망을 얻어 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뭉클한 볼거리. 밥이 제임스의 애정 어린 미소를 물끄러미 올려 보다, 돌연 쥐구멍을 덮치는 등 밥의 시점을 활용한 장면들이 적재적소에서 극에 쉼표를 더한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 고양이가 자기 자신을 직접 연기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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