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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부모 모두 당뇨병일 땐 자녀 발병 가능성 30%

중앙일보 2017.01.02 00:01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가족은 생김새뿐 아니라 앓는 질병도 닮는다.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고 비슷한 생활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가족력은 질병 발생의 위험인자 중 하나다. 가족력이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배경이다. 우리 집안의 가족력 질환이 뭔지 알고 어릴 때부터 관리하면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새해엔 가족이 모일 기회가 많다. 질병 정보를 서로 얘기하며 올해 건강관리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질병 위험인자 ‘가족력’

직장인 신영재(28·가명)씨는 3년 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매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그때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주의하란 얘기를 들었다. 회식과 야근이 잦은 그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직장인 증후군쯤으로만 여겼다. 그러다 올해 전문 진료를 받아보란 의사의 말에 대학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무려 230(단위 ㎎/dL)으로 나왔다. 정상 수치는 130 이하다. 다행히 심혈관 검사 결과에는 문제가 없었다. 곧바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고지혈증 약을 먹기 시작했다. 생활습관도 적극적으로 개선해 지금은 정상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신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모두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아버지도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초창기엔 LDL 수치가 220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40대임에도 좁아진 심혈관을 확장하는 스텐트(그물망) 시술을 벌써 두 차례나 받았다. 신씨는 고콜레스테롤혈증 때문에 심혈관질환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특정 질환이 한 가계 내에서 평균보다 많이 발병했다면 가족력이 있는 것”이라며 “가족력이 있더라도 질환과 관련한 검사를 조기에 받고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 중 1명 고혈압, 자녀 발병률 10~30%
집안마다 유난히 취약한 질환이 있다. 질병에도 일종의 가계도가 존재한다. 한 집안에서 최소 1명 이상 특정 질환이 있을 때 ‘가족력이 있다’고 표현한다. 여기에는 유전·환경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가족 간에는 질병을 100% 물려주는 건 아니지만 특정 질병의 발생과 밀접한 ‘감수성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가족력이 유전자에만 좌우되는 건 아니다. 가족 구성원끼리 공유하는 비슷한 생활습관이 가족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은 가장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이다. 당뇨병의 경우 부모 중 1명이라도 앓고 있다면 자녀에게 생길 가능성은 약 15%다. 부모 모두가 당뇨병일 땐 30%로 배가된다.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한 명이라도 질환이 있다면 자녀의 발병 가능성은 10~30%로 커진다.
 
가족력 고위험군, 조기 검사받아야
가족력이 있다고 무조건 질환에 걸리진 않는다. 부모가 모두 질환이 있거나 직계가족 중 심혈관질환이 조기에 발견된 사례가 있다면 각별히 관리해야 하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은 2차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임수 교수는 “아버지가 45세 이전, 어머니가 55세 이전에 발생했다면 자녀에게 심혈관질환이 생길 확률은 일반인의 두 배다. 반드시 조기에 심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씨처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된다면 부모의 발병 양상을 따져봐야 한다. 한 명이라도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300 이상, LDL 수치가 190 이상일 때는 나이를 불문하고 빨리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한국인 중 암 경험자는 150만 명에 이른다. 암도 가족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직계가족이 암일 경우 자신이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5배 높다고 추정한다. 국제 암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부모가 암인 경우 자신도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은 유방암 1.84배, 대장암 1.86배, 폐암 2.9배, 갑상선암 3.26배, 고환암 4.26배 높아진다.

대장암과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이 비교적 명확히 밝혀진 암이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성 용종이란 전 단계를 거쳐 암으로 악화한다. 유전성 대장암은 조금 다르다. 용종과 관계없이 진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나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70~90%다. 일반적인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50세부터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그러나 부모 형제 가운데 55세 이전에 진단을 받았거나 2명 이상 발병했다면 10년 일찍 검사하는 게 도움이 된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명승권 교수는 “유전성 대장암은 집안에서 최연소로 진단된 나이보다 10년 먼저, 2년 단위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절주·저염식·운동 등 습관 개선해 예방
유방암도 가족력과 밀접하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가족력이 있는 환자의 비율은 1996년 3.2%에서 2010년 9.1%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BRCA 유전자에 변이가 나타나면 유방암 및 난소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암이 걱정된다고 모든 사람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집안에 최소 2명 이상의 유방암·난소암 환자가 있거나 수가 적더라도 젊은 나이에 발병한 사례가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명승권 교수는 “질병 가계도를 그려보면 대처하기 쉽다”며 “암은 유전적인 요인뿐 아니라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가족력이 있을 땐 평소에 절주와 표준체중 유지,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 같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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