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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폐암 가능성 43%” 질병 예측·맞춤처방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7.01.02 00:01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개인의 질병을 예측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를 통해서다. 유전 정보와 진료 기록, 생활습관, 기후·환경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질환별 발병 위험을 예측한다. 지금은 ‘높다·낮다’ 정도로만 표현되는 질병 위험도가 ‘60세 이후 심근경색 가능성 19%, 폐암 가능성 43%’ 식으로 표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왓슨’의 구동 장면.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전세계 의학학술지 300여 종을 실시간으로 분석, 90%의 정확도로 8초 안에 최적 치료법을 제시한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왓슨’의 구동 장면.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전세계 의학학술지 300여 종을 실시간으로 분석, 90%의 정확도로 8초 안에 최적 치료법을 제시한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서진호씨의 시계에서 알람이 울린다. 6개월 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30%를 넘은 것이다. 병원을 찾아 심장 정밀진단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받는다. 한 시간 후 나온 결과표에는 심장병 외에도 망막질환과 간질환이 ‘위험’ 단계라고 표시돼 있다. 인공지능(AI) 의사는 서씨만을 위한 맞춤약을 추천한다. 질병 예방을 위한 식단과 운동 계획표도 함께 제공된다.

빅데이터 활용 정밀의료 시대

이르면 10년 안에 만나게 될 미래 의료의 모습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모으고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전에는 몰랐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선 중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쇼크나 심폐정지 같은 응급상황 발생을 예측하고 있다. 중환자실에선 맥박·체온·혈압 등 최소 27가지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예전이라면 큰 의미 없는 정보지만 7년에 걸쳐 모은 환자 1만6234명의 생체 신호를 통해 응급상황 발생 전 일정한 신호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응급상황 발생을 85%나 예측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의 핵심은 유전 정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유전 정보를 모을수록 질병 예측의 정밀도는 높아진다. 미국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정밀의료 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에 따라 최소 100만 명의 유전 정보를 모아 암을 포함한 모든 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10만 지놈 프로젝트(Genome Project)’를 통해 현재까지 7만5000명의 유전 정보를 획득한 상태다. 한국 역시 10만 명을 목표로 우리나라 고유의 유전자 분석에 나서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간단한 검사만으로 질병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게 목표다.

 
폐암 생존율 30%→90% 가능성
정밀의료가 가장 먼저 정복할 질병은 암이다. 전통적으로 암은 어디에 발생해서(위암·간암·췌장암) 얼마나 진행됐는지(1~4기)로 구분한다. 이런 구분법은 암 유발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암 유발 유전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유명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유방을 절제해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검사에서 유방암·난소암을 일으키는 확률이 높은 ‘브라카(BRCA)’ 유전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연구부원장은 “브라카뿐 아니라 암을 유발하는 다른 바이오마커가 발견될 것”이라며 “암을 만성질환처럼 편하게 관리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치료법도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기존 치료법은 누구에게나 대동소이했다.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없는 57세 한국인 여성이든, 골초인 69세 미국인 남성이든 폐암 3기라면 공식처럼 비슷한 항암제를 썼다. 당연히 부작용이 심했다.
정밀의료에선 두 환자의 치료법이 달라진다. 앞으로는 치료에 앞서 유전자를 분석하고 여기에 맞춰 가장 효과적이면서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 비로소 저격수처럼 암세포만 골라 없애는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 효과가 크다. 국립암센터 한지연 폐암센터장은 “10년 전만 해도 폐암을 진단하면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이제는 3년 넘게 살 수도 있다. 현재 30% 수준인 폐암 생존율이 80~9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폐암을 유발하는 수많은 유전자 변이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면 가능한 얘기다.

 
인공지능 의사, 더 정확한 처방 도와
극단적 환자 맞춤형 치료를 위해선 셀 수 없이 많은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하루에 수백 편씩 쏟아지는 관련 논문을 읽고 약물의 상호작용과 이상반응까지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백롱민 부원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한 가지 질환을 치료할 때 고려할 사항은 10개 내외였다. 지금은 고려할 게 1000가지에 이른다. 이를 완벽히 이해하고 적용하는 건 인간 능력 밖”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IBM의 ‘왓슨’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왓슨은 대단히 유능한 암 전문의다. 의학학술지 300여 종과 의학교과서 200여 권, 1500만 페이지가 넘는 전문 자료를 습득했다.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 시작한 레지던트 생활은 20년이 넘는다. 이제는 대학병원 교수들과 나란히 의견을 낸다.

왓슨에 환자 신상 정보와 각종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8초 안에 처방 결과가 나온다. ‘추천’ ‘고려’ ‘금지’ 세 단계로 치료법을 제시한다. 추천 항목을 클릭하면 치료법별 생존율을 표시한다. 왓슨의 정확도는 90% 정도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선 전문의가 내렸던 처방을 뒤집고 왓슨이 항암제 변경을 제안해 60대 암환자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길병원 외과 이운기 교수는 “인공지능은 항암제 선택과 부작용에서 의사의 실수를 최대한 줄인다. 앞으로 암은 물론 모든 질환에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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