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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새해부터 친러·반중 국제 질서 격변 예고

중앙일보 2017.01.01 17: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유년 벽두부터 국제 질서의 격변을 예고했다. 중국을 뒤흔들 사안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놓는가 하면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을 놓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편들며 친러·반중 노선으로 국제 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밤(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리조트인 마라라고에서 연 새해 맞이 행사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날지 취재진으로부터 질문 받고 “관례에 따라 다소 부적절하기 때문에 1월 20일(취임식) 전까지 누구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두고 보겠다(We‘ll see)”고 답했다. 차이 총통은 1월 초ㆍ중순 중남미 4개국을 순방하면서 미국을 경유한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놓고 트럼프 당선인이 이달 20일 대통령 취임 후 차이 총통이 미국을 찾으면 만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차이 총통과 통화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 총통을 직접 만날 경우 중국이 외교적ㆍ군사적 보복에 나서며 미·중 관계에 파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의 해킹에 대응해 초강경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을 놓고도 “해킹은 증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데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 해킹을 밝혀냈다는 미국 정보당국이 과거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고 오판해 이라크전이 시작됐던 전례를 들어 “대량살상무기로 보면 재앙이었다. 그들(정보당국)은 잘못했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는 앞서 이날 트위터에 올린 새해 인사에서 “내게 맞서다 무참히 패배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들까지 포함해 모두에게 행복한 새해를!”이라고 썼다. 힐러리 클린턴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을 한꺼번에 패배자로 몰며 조롱했다. 반면 전날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맞대응 보복을 유보한데 대해 “훌륭한 행보”라며 “그가 대단히 똑똑하다는 걸 항상 알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푸틴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새해 축전을 보내 ‘트럼푸틴’ 시대를 알렸다. “양자 협력의 복원을 위한 실질적 행보를 취하고 국제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전 미국 대통령이었던 부시 부자, 프란치스코 교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축전을 보냈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겐 축전이 없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과의 밀월을 과시하며 대만 카드로 중국을 자극함에 따라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과는 사안에 따라 협력하면서 경쟁했던 오바마의 대외 정책은 폐기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역대 행정부가 미국의 제1의 위협 국가로 간주됐던 러시아를 향해선 “적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화해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적이라 해도 적(오바마)의 적은 동지”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이 반(反)오바마로 이해가 일치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 북한 압박 등을 놓곤 오바마 대통령이 협력했던 중국을 향해선 통상 전쟁을 준비 중이다.

트럼프의 친러 노선을 놓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매파가 함께 반발하는 이상한 조합도 만들어졌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군사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보복 조치를 내놓은지 하룻만에 이달 5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를 개최해 러시아 해킹을 조사한다고 알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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