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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명품 기타 파손한 택시 측, 법원 "시가의 절반 정도만 배상"

중앙일보 2017.01.01 15:08
교통사고로 상대 차량의 뒷좌석에 있던 명품 악기를 파손한 경우 악기 구입 비용의 절반 가량을 물어주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모 대학 실용음악과 교수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잠실대교 방면에서 운전 중 택시와 추돌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택시가 들이받은 A씨의 차량 뒷좌석에는 A씨 소유의 기타 2대가 하드 케이스에 담겨 실려 있었다. 이 중 1대가 사고 충격으로 바닥에 떨어져 넥(기타 목)이 부러졌다.

A씨는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 기타는 196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작된 명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시세가 1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택시연합회에 기타의 구입비용 8851만원과 사고 후 다른 기타를 임대하면서 지불한 2500만원 등 총 1억1351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는 “택시연합회가 A씨에게 417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일 밝혔다.

택시연합회 측은 소송에서 “운전기사가 A씨의 차량에 1억원 상당의 기타가 실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이 사고로 기타가 파손됐다는 결정적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연합회의 공제 약관에 ‘골동품이나 기타 미술품에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들어 “1968년 제작됐다는 기타는 골동품에 해당한다”고 면책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류 판사는 “사고 이전에 기타가 파손됐다고 볼 증거도 없고, 차량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 안의 물품도 파손될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전문연주자인 A씨에게 이 기타는 필수품과 다름 없기 때문에 골동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류 판사는 배상액에 대해 “A씨의 교통사고 과실 비율이 20% 인정되는 점, 하드케이스 역시 외부충격에 취약한 것을 알고도 악기를 벨트로 고정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기타 구입비용의 절반 가량을 배상액으로 정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다른 기타를 임대하는데 든 비용은 택시연합회에서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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