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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학력 여성 왜 결혼하지 않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01 02:16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는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를 담고 있다. 35~39세 인구의 26.2%가 미혼 상태, 그리고 3.3%가 이혼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뉴스였다. 즉 한국 30대 후반 남녀 10명 중 3명이 지금 솔로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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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0대 후반 미혼인구 비중이 단 5년 사이에 6.5%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독신인구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고학력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30대 이상 여성의 미혼율은 2010년 15.6%에서 2015년 18.9%로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사실 꽤 오래 전부터 관찰되어 온 사실이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의 논문 ‘한국의 합계출산율 변화 요인 분해(2012년)’에 따르면, 한국 출산율의 하락은 기혼여성의 출산율 저하보다는 고학력 여성의 결혼 기피에 의해 발생한다. 다시 말해 기혼여성의 출산율을 높여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시작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던 셈이다.

그럼 왜 한국 여성들, 특히 고학력 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할까? 일단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학업 기간이 길어 늦게 결혼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교해볼 때, 한국 고학력 여성들의 미혼율이 유독 높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학력별 혼인율에 거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고학력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진정한 이유는 결국 ‘결혼에 따른 경력 단절’ 현상에 대한 우려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국 기혼여성의 고용율 통계를 살펴보면,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자의 고용률은 43.9%로 남자(96.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자녀의 나이가 7~12세로 상승하면,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0.5%까지 상승한다.

문제는 자녀를 양육한 다음에 복귀하는 일자리가 결혼 전에 비해 훨씬 여건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3%인데, 여성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53%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학력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결국 기업의 태도 변화가 출산율을 높이는 유일한 해법이다. 하지만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무작정 여성 근로자들을 많이 뽑고, 더 나아가 출산 및 육아에 따른 공백을 책임지라고 떠 넘기기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먼저 기업의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해 육아 부담을 남녀 공히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닐까? 2015년 치러진 국제학력평가시험(PISA)에서 한국 여학생은 언어와 과학에 이어 수학마저 남학생 성적을 넘어섰다.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며, 그 인재의 풀은 최근 여학생 쪽에서 더욱 많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홍춘욱 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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