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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운동·다이어트 제치고, 여행·덕질이 2·3위

중앙선데이 2017.01.01 01:36 512호 2면 지면보기


전문직 종사자인 김정오(39·여)씨는 최근 새로 산 다이어리 첫 장에 ‘여름엔 러시아, 겨울엔 일본을 여행하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적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이어트·운동 등을 하겠다는 다짐을 빼곡히 적었지만 올해부턴 바꿨다. 김씨는 “매년 여러 계획들을 세우고 소원도 빌어봤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효용성)와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면 여행이 제일 좋다. 싱글에게 남는 건 여행뿐”이라고 말했다.


2017년 한국인의 위시리스트

2017년 새해를 맞는 한국인들은 어떤 목표를 세우고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중앙SUNDAY가 소셜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메조미디어의 분석플랫폼 ‘티버즈(TIBUZZ)’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과거 각광받았던 다이어트·운동 등의 새해 소망은 뒤로 밀리고 ‘여행’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취미를 넘어 전문가 수준에 이를 정도로 몰두하는 행위)’ 등이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2월과 1월에 새해 소망(계획·소원·목표) 등을 언급한 온라인 버즈(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 등에서 작성된 글) 8만946건을 분석한 결과다. 채수정 메조미디어 분석가는 “과거엔 남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단련하고 가꾸고자 하는 소망이 많았다면 올해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소망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2017년 새해 소망을 언급한 글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건강’이었다. ‘2017년 목표라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이다’(트위터·12월 21일), ‘연말을 앞두고 내년 새해 소원을 말하라면 1순위로 건강이랍니다’(블로그·12월 23일) 등의 글이다. 이는 지난해와 2015년 새해 소망 분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를 보인 건 2위부터다. 지난해 4, 5위를 나란히 차지했던 여행과 덕질이 2, 3위로 올라섰고 ‘다이어트’와 ‘운동’은 뒤로 밀렸다. ‘올해는 나를 위한 여행을 꼭 가고 싶다’(트위터·12월 6일), ‘덕질하려고 사는 건데 덕질을 못하면 안 되죠 ㅠㅠ. 내년 목표는 건강한 덕질로’(트위터·12월 7일) 등의 글이 대거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욜로(YOLO)’ 트렌드가 새해 소망에도 반영된 걸로 해석한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라는 영어 문장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한 번뿐인 인생’의 가치에 눈을 뜬 사람들이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한테 비춰지는 모습보다 내 스스로 즐기는 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삶의 지향점이 변하고 있다.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스스로의 만족에 집중하게 되면서 새해 소망도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행·덕질 등은 사회·경제적 환경 때문에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하기 힘드니 원 없이 해보고 싶다는 뜻에서 많은 이들이 소망으로 내세우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6위는 ‘연애’가 차지했다. 지난해(7위)보다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결혼’은 11위로 지난해(8위)보다 떨어졌다. ‘임신·출산’도 지난해 19위였으나 올해는 20위권에서 빠졌다. 이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 16.6%, 여성13.7%인 반면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 34.4%, 여성 43.0%로 조사됐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은 “결혼은 낡은 과거 제도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위시리스트’에서 빠지는 추세다. 외로우니까 연애는 해도 취업도 안 되고 돈도 없는데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다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소망도 많았다. ‘시험 합격’(7위), ‘저축·재테크’(9위), ‘취업’(10위)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5000만원 저축하기’를 올해 목표로 세운 10년차 직장인 최지연(35·여)씨는 “요즘 같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녀들을 키우려면 벌 수 있을 때 벌고 악착같이 늘리는 방법 말고는 없다. 국정 농단 사태 등을 보면 나라가 날 지켜줄 것 같지 않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에 돈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탄핵정국을 반영하듯 ‘정권교체’라는 소망도 15위에 올랐다. ‘내년 목표는 부모님을 설득해서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것이다’(페이스북·12월 9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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