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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는 후보에, 2차 투표는 집권할 만한 정당에 한 표 행사

중앙선데이 2017.01.01 01:32 512호 4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되는 한국형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권력 분산을 통한 상호 견제와 정책 연대를 통한 협치(協治) 모델을 찾아내는 게 2017년 한국 정치권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SUNDAY는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취재 시리즈를 마련했다. 첫 순서로 프랑스 정치의 특징인 결선투표제를 소개한다. 프랑스 현지 취재를 통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동기, 현실 정치에서 결선투표를 둘러싼 제 정파 간 연대와 협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소개한다. 때마침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젠 분권이다 [신년기획] 협치의 현장을 가다 -1- 프랑스 결선투표제

 



지난해 11월 20일 치러진 프랑스 중도우파 야당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 1차 투표. 전국 1만200여 투표소에서 약 400만 명이 참여한 오픈 프라이머리(공개 예비경선)로 진행됐다.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도 2유로(약 2500원)를 내고 ‘중도우파 가치를 공유한다’고 서명하면 투표에 참가할 수 있었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우파 후보들이 총망라됐다.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 알랭 쥐페 전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브뤼노 르메르 전 농무장관,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 전 환경장관, 장프레드릭 푸아송 기독교민주당 대표, 장프랑수아 코프 전 대중운동연합(공화당 전신) 대표 등 7명이 자웅을 겨뤘다. 피용 전 총리가 44.1%, 쥐페 전 총리가 28.6%를 득표해 1·2위로 2차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일주일 뒤인 11월 27일 치러진 2차 결선투표에선 피용 전 총리가 66.5%의 득표율로 쥐페 전 총리를 누르고 승리해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피용은 결과적으로 3분의 2에 가까운 지지로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됐다.



대선 본선이 아닌 예비 경선이지만 이렇게 2차 결선투표가 시행되는 건 프랑스 정치에서는 일상화돼 있다. 집권 사회당의 모리스 브로드 세계화·규제·대외협력 담당 비서는 중앙SUNDAY 취재진과 만나 “결선투표제도는 대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총선과 지방선거에도 있다”며 “프랑스 정치와는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요소”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제는 프랑스 정치문화의 DNA로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프랑수아 고드망 유럽외교관계이사회 아시아·중국 프로그램 대표도 “결선투표는 절대다수를 얻는 과반 지지 후보를 선출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정치적 실권을 갖고 의회의 다수당 출신이 총리에 선출되는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를 통해 뽑기 때문에 대통령은 항상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다. 어떤 정권이든,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출범하기 때문에 정권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해 정치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장마리 캉바세레 전 사회당 의원은 “25%의 득표율로 당선된다면 나머지 75%가 그 사람을 반대하는 게 아니냐”며 “결선투표제의 장점이라면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어 정통성을 확보한 사람들이 뽑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1987년 직선제 대선 도입 후 과반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2012년 박근혜 후보(51.55%)가 유일했다. 나머지 5명의 대통령은 모두 50% 미만의 득표로 당선됐다. ‘국민 과반이 반대한’ 소수 정권 대통령이 대부분이었다는 의미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는 무려 1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유권자 500명의 지지서명만 받으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도우파, 중도좌파는 물론이고 극우파, 극좌 트로츠키파, 환경주의자 등 온갖 색깔의 정당과 후보들이 아무 제약 없이 출사표를 던졌다. 프랑스 정치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선 대통령 5명 50% 미만 득표율로 당선]

1차와 2차 결선투표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고드망 대표는 “1차 투표에서는 선택을 하고 2차 투표에서는 배제한다”고 설명한다. 즉 첫 번째는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두 번째는 집권해야 할 ‘정당’을 선택하는 일종의 타협 투표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브로드 비서도 “1차 투표에서는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투표하며 2차에선 당선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걸러내는 기준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일종의 협치 정신이 작용할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일정한 문턱은 넘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좌파 지지자가 극우 후보는 잘 선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결선투표 제도 때문에 정권 참여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2002년 대선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당시 1차 투표에서는 우파 정당 후보 자크 시라크가 19.88%로 1위,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이 16.86%로 2위, 좌파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이 16.18%로 3위를 차지했다. 음선필 홍익대 법학부 교수는 “시라크와 르펜이 결선에 진출했는데 극단주의의 출현을 경계한 좌·우파의 광범한 지지에 의해 2차 투표에서 시라크가 82.21%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즉 좌파 지지자들이 극우의 집권을 배제시킨 셈이다. 피에르 자크망 공화당 공보담당자는 “2002년 대선 때처럼 지지자들에게 다른 당의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지침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유권자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해 투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6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극우 국민전선은 광역자치단체인 도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2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본토 13개 도 가운데 6곳에서 1위에 올랐다. 반면 우파 야당 공화당은 27%,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사회당은 23.5%로 각각 2·3위에 그쳤다. 선거 직전 발생한 파리 테러 이후 불어닥친 반이민, 반이슬람 정서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2차 결선투표에서는 국민전선이 전멸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13개 도 가운데 우파가 7곳, 좌파가 5곳, 기타 정당이 1곳을 차지했다. 국민전선의 압승이 예상되자 사회당이 전략적으로 움직인 까닭이다. 중도 좌파 사회당은 일부 후보를 사퇴시키고 지지자들에게 ‘극우의 약진 저지’를 호소하며 중도 우파 공화당에 투표하도록 했다. 일간지 르몽드는 ‘투표를 통한 국민의 각성’으로 극우파의 승리가 저지됐다고 평했다.



[여론조사 통한 후보 단일화 민의 왜곡]

결선투표제는 군소정당의 1차 투표 참여를 자유롭게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캉바세레 전 의원은 “한국 시스템의 문제는 군소정당이 아예 대선후보도 못 내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야권에서는 대선 본선에서 야권 후보가 난립할 경우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사전 후보단일화에 응하지 않기 어렵다는 것이다. 음선필 교수는 “‘진영의 분열화’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일부 정당은 아예 대선에 후보를 내지도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강요된 후보단일화는 정당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지도자 선거에 후보를 내지도 못하는 정당이 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당연히 유권자들의 선택의 자유도 제한하게 된다. 군소정당 지지자들은 투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해서다. 캉바세레 전 의원은 “2차 투표를 해야 1차 투표 후 정당 간에 협상을 해서 군소정당이라도 간접적으로 정책을 접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기석 충남대 교수는 “결선투표까지 남아 있는 기간 동안 후보 간, 정당 간 연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이를 일종의 협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연대를 발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책 연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윤 교수는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여든 야든 어떤 당의 어떤 후보라도 1차 투표에 정정당당하게 출마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민의 반영하려면 도입 바람직”]

결선투표제는 민의 왜곡을 막는 효과도 있다. 흔히 투표 방식이 아닌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엉터리 여론조사’의 함정 때문에 민의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여론조사 예측은 한국뿐만 아니라 구미 각국에서도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통과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대표적으로 실패한 사례다. 한국에서의 지난해 4월 총선 예측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정반대로 나타났다.



결선투표제의 단점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특히 프랑스식 2차 결선투표제의 경우 전국 단위의 선거를 연속해서 두 차례 치르기 때문에 당연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선거가 별도 지정 공휴일이 아닌 일요일에 치러진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두 번의 대선 이후 한 달 정도 후의 일요일에 총선도 실시된다.



한국에서는 반대로 대선과 총선이 별도의 공휴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연속으로 두 번이나 공휴일을 지정하거나 아니면 일요일에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후자의 경우 투표율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캉바세레 전 의원은 “제대로 민의를 반영해 다수가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민주주의를 바란다면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결선투표제는 프랑스식대로 두 차례에 걸쳐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프랑스식은 서유럽 일부 국가와 프랑스 식민지 경험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 민주주의 역사가 길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 그리고 다수의 중남미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한 번에 끝내는 단판 결선투표제를 채택하는 나라도 있다. 캐나다 의회와 영국 의회, 유럽 의회가 적용하고 있는 소진투표제, 호주와 아일랜드의 대안투표제, 보완투표제가 대표적이다. 윤기석 교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더라도 먼저 지방선거 등에 시범적으로 실시해보고 반응에 따라 총선과 대선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1차 투표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탈락할 경우 2차 투표에 기권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결선투표 제도가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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