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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으로 가능 vs 개헌 안하면 불복소송 이어져

중앙선데이 2017.01.01 01:28 512호 4면 지면보기
#올해 상반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치른 더불어민주당. 8명이 예선에서 맞붙은 결과 문재인 후보가 1위, 이재명·안희정·박원순 후보가 2~4위를 기록했다(지난해 12월 22~23일 중앙SUNDAY 여론조사 기준). 한 주 뒤로 예정된 결선투표는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대결로 압축됐다. 시선은 안희정·박원순 후보로 옮겨졌다. 두 후보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들을 지지했던 표심도 상당 부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같은 친노무현 계열 안 후보의 지지를 발판으로 박 후보 측에 선대위원장을 제안했다. 문 후보 측의 친노 성향에 반대하는 표심이 문 후보 배제 투표에 나설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표 단속에 열을 올렸다. 이 후보 측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안 후보와 박 후보에게 3자 정책 연정을 공식 제안했다. 문 후보 측의 대세론 몰이를 차단하는 데에도 화력을 집중시켰다.


대선 핫 이슈로 떠오른 결선투표제, 개헌 사안인가 아닌가

결선투표 D-1. 결승에 오른 두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이 잇따랐다. 탈락 후보들의 지지세가 백중세로 나타나면서 결선투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결전의 날, 투표함의 뚜껑이 열렸다. 결과는 7대 3. 예상을 뒤엎고 일방적인 승부로 귀결됐다. 승리의 미소는 과연 누구의 얼굴에 피어났을까. 올해 대선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는 것을 전제로 그려본 가상 시나리오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아예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선거법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며 포문을 열자 손학규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도 적극 거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으로 올해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통령 선출 방식 중 결선투표제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야권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잖아도 결선투표제는 선거 때마다 진보 진영의 고전적 어젠다로 제기돼 왔다. 야권의 전매특허가 되다시피 한 후보 단일화와 이에 따른 사표 논쟁을 피하면서도 과반 이상의 지지로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네거티브 경쟁’이나 ‘묻지마 연대’를 막는 데 결선투표제가 유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누구라도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경선 과정에서 도를 넘어서는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위치한 후보들이 결선투표제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2012년 대선 때는 대세론으로 치고 나갔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 다당제를 촉진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야권 후보들은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상황은 미묘하다. 당장 문 전 대표 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세론을 조기에 굳히면서 다른 야권 후보들의 지지를 흡수하는 게 최선의 전략인 상황에서 굳이 결선투표제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도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들 뿐 아니라 투표 결과가 뒤집히면서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결선투표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도 야권 지지층이 폭넓게 퍼져 있는 상황에서 결선투표제가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건은 시간이다. 조기 대선으로 시간이 촉박해진 상황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둘러싸고 입씨름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간적 압박을 더하는 것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인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법 개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헌법학계 내부에서도 “현행 헌법이 대통령 당선인의 득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법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그렇다 해도 위헌 시비는 여전히 암초다. 현행 헌법에 과반 득표자 규정이 없는 것은 단 한 표라도 많이 받는 후보가 당선되는 ‘상대 다수대표제’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다수대표제’를 근거로 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개헌이 필수라는 게 개헌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개헌 없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불복 소송이 잇따르는 등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합의로 결선투표제가 전격 도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그럴 경우 당내 예선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후보 간 합종연횡이 숨가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현재 지지도에 따라 문 전 대표와 반 총장, 안 전 대표 등 3자 구도를 상정해 가상 대결 시나리오를 그려본다면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1, 2위로 결선에 오를 확률이 높다. 그럴 경우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가장 큰 정치적 기회를 얻는 후보는 안 전 대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문 전 대표는 최종 승리를 위해 호남 지지세 확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호남 출신 중용과 호남 개발 공약 등을 쏟아낼 수 있다. 안 전 대표 지지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경제개혁 공약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반 전 총장도 중도층 공략을 명분 삼아 안 전 대표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앙금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크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은 “결선투표가 도입될 경우 반 전 총장은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법 개정을 고리로 안 전 대표와 연대하면서 문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환 cheong.yongw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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