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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하는 괴짜’가 미래 인재 롤모델

중앙선데이 2017.01.01 01:22 512호 6면 지면보기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기회이며 위기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기술과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여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 혁명으로 일컫는 2차 산업혁명에 이어 인터넷이 만든 온라인 가상 세계를 통해 인간의 연결욕구를 충족시킨 것이 3차 산업혁명으로 정의된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융합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드론(무인항공기),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융합) 등으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4차 산업들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O2O 융합)을 통한 예측과 맞춤을 본질적인 속성으로 하고 있다. 이로 볼 때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중심으로 현실과 가상이 순환하여 현실을 최적화하는 O2O(Online To Offline) 융합 혁명’이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개별적인 기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것과 비슷한 접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의 연결고리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가상 세계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측과 맞춤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전문가 대안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교육에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할은 각각 창조적인 일과 반복되는 일로 나누어지고 서로 협력하게 될 것이다. 소위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최소한 1000개 이상의 반복되는 데이터가 있어야 어느 정도 학습 효과를 거두게 된다. 단순화하자면 반복되는 단순 작업은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자기 정체성 표현을 지향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창조적인 일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그리스 시민들이 10배에 해당하는 노예에게 생산을 맡기고 토론과 전쟁에 집중한 사례와 비견될 만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정답을 맞히는 스펙형 인재 교육에 치중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교육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제 우리는 미래에 사라질 직업 교육에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지 않나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현재의 스펙형 인간은 미래에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인재상이 될 것이고, 인터넷에 있는 정답을 맞히는 교육은 더 이상 인간을 위한 교육이 아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창조와 협력을 중심으로 교육 과정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고 ‘협력하는 괴짜(geek)’가 미래 인재들의 롤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협력하는 괴짜로 대표되는 창조와 협력의 교육은 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가능하다. 프로젝트는 급변하는 산업계에서 찾고 연구계와 협력하는 산·학·연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다. 정답이 없고, 문제도 스스로 찾는다. 이제 교수나 강사가 하는 강의는 팀 프로젝트의 화두를 던져주는 역할이다. 팀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협업으로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컨텍스트 중심의 학습이다.



프로젝트 중심 교육에 있어서도 반복되는 콘텐트는 흔히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고 불리는 공통 플랫폼에서 제공돼야 한다. 결국 미래 교육은 MOOC 기반의 콘텐트 교육과 팀 프로젝트 기반의 컨텍스트 교육의 융합으로 구성되나, 이 중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프로젝트 기반의 창조적 협력 교육이다.



우리의 교육이 이런 프로젝트 중심 교육으로 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평가 시스템이다.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에선 정답이 없기에 그 정답을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주관에 의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상호평가(동료평가, Peer Review)가 활용될 수 있다. 상호평가를 하다 보면 집단학습이 덤으로 생기게 된다. 이를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이러한 주관적 평가가 공정한 평가로 받아들여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애 요인은 학부모의 개입이다. 이러한 개입을 막을 수 있는 대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에 기반한 미래 인재 교육은 교육 거버넌스의 혁신이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현재의 개별 예산으로 통제와 보호를 하는 대학 교육은 대학 간 자율과 경쟁 체제로 당장 전환돼야 한다. 대학의 예산권?선발권?인사권을 돌려주되 공정하게 성과를 놓고 경쟁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면 사후에 가중 징벌을 하는 게 대안이다. 산·학·연 연계를 가로막는 ‘논문 교수’ 중심의 대학 내 거버넌스도 혁신돼야 진정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융합 교육이 가능해진다.



대학교육이 자리 잡으면서 입시의 자율권이 부여되면 획일적인 중·고교 교육도 살아나게 될 것이다. 자율과 다양성과 개방 융합이 미래 교육의 핵심 키워드일 것이다. 국가는 제도와 인간으로 발전한다. 제도는 정치, 인간은 교육의 몫이다. 정치와 교육의 혁신이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일 것이다.



 



 



이민화KCERN(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취재팀: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강기헌 기자자문단: 권대봉 고려대 교수(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김세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노동시장), 김진영 건국대 교수(경제학),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전 한국교육개발원장), 김희삼 GIST 교수(기초교육학부), 박준성 교육부 기획담당관, 이민화 KCERN(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혁신),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부 장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교육학), 이화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교육과정),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교육학), 정철영 서울대 교수(산업인력개발),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학), 한유경 이화여대 교수(교육학)※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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