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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시험대 오른 4인, 한층 복잡해진 합종연횡 방정식

중앙선데이 2017.01.01 01:18 512호 10면 지면보기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정치권의 화두는 ‘협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도 둘로 쪼개지면서 26년 만에 4당 체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1여3야 구도 속에서 주요 현안이나 법안을 논의할 때마다 사안별로 서로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어렵게 됐다.


26년 만의 1與3野 체제

올 한 해 이처럼 무거운 과제를 부여받은 4명의 원내 사령탑이 있다. 우상호(서울 서대문갑·3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청주 상당·4선)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승용(여수을·4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대구 수성을·4선) 개혁보수신당(가칭) 원내대표 등이다. 민주당을 제외하고 최근 3명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협치 라인업’이 새롭게 완성됐다.



지난해 5월 4일 선출된 우 원내대표가 이 중에선 ‘전입 고참’ 격이다. 우 원내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민생과 정치 이슈는 투 트랙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여야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민생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미다. 우 원내대표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3당 체제 때보다 논의가 복잡해진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민생 현안 해결이나 개혁 과제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촛불 민심을 확인한 이후의 국회인 만큼 제1당 대표로서 원만하게 협의해 나가면서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여야 원내대표 첫 회동에서는 1월 임시국회 소집과 여·야·정 협의체 운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조기 가동 등 합의물이 나왔다. 당장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우선 조치 차원이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민생 최우선’이란 가치를 유지하며 계속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관계자는 “2017년 대통령 선거라는 메가톤급 이슈와 맞물려 향후 정책이나 사안별로 여야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우외환’ 정우택, 야3당과 냉랭]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안팎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야3당과의 관계 재정립이 시급하다. 지난해 12월 16일 친박근혜계 지지를 얻어 당선된 정 원내대표를 향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분간 친박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냉각기를 갖겠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을 인사차 예방했다가 문전박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시 우 원내대표는 “연락도 없이 왔다 간 것은 문전박대가 아니라 무단침입 시도”라며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 해프닝으로 여야 간 앙금만 더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엄중한 시기에 일주일 동안이나 냉각기를 갖겠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며 “한시라도 빨리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야당을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서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거부해 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달리 이날 선출된 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도 인사는 하고 당의 입장을 설명드리는 게 맞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물론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와 대화하겠다”며 정 원내대표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우 원내대표도 통화에서 “친박 진영의 정치적 무책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앞으로도 해나가겠지만 협상 파트너들끼리는 긴밀하게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에게 심적으로 가장 껄끄러운 협상 파트너는 얼마 전 따로 살림을 차린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일 거다. 지난해 12월 28일 두 사람의 상견례 때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 원내대표는 “출가하면 한 달 반 뒤에나 찾아오는 게 관례인데 바로 오신 걸 보면 친정을 못 잊는 것 아니냐”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같이 수 년간 당을 하다가 헤어지고 뵙게 되니 착잡하다”며 “새로운 당을 만들며 정치인의 책임감과 도덕성 문제를 어느 가치보다 앞세울 것”이라고 되받았다.



 

[캐스팅보트 쥘 ‘주주클럽’, 따로 또 같이]

새누리당 내부 사정도 간단치 않다. 가장 먼저 탈당했던 김용태 의원을 포함해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현역 의원 30명이 새 집을 지었다. 그런 가운데 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과 인선 작업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인적 청산 카드를 꺼내 들고 사실상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하면서 또 다른 내부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흩어지지 말고 함께 가자”를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던 정 원내대표로선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4당 체제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게 될 두 당은 국민의당과 개혁보수신당이다. 의원 규모도 38명과 30명으로 엇비슷하다.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121석)과 새누리당(99석)이 현안을 놓고 대립할 때 균형추 역할을 자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차이로 선출된 국민의당 주승용·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신안 주씨’로 같은 집안이다. 공개석상에서도 “형님” “동생”이라 칭하며 친밀감을 과시했고 상견례에선 ‘주씨 종친회’ ‘주주클럽’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해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라고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추구하는 만큼 개혁보수신당의 정강정책과 정체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모든 협상의 기준은 오로지 국리민복”이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안보 이슈에 있어선 확연하게 노선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개혁보수신당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미 관계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등 안보 사안에 대한 견해는 국민의당보다는 새누리당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민주·국민의당, 오늘 YS·DJ 묘역만 참배]

그런 가운데 제3당 지위를 놓고 벌어지는 물밑 신경전도 치열할 전망이다. 이달 중순 새누리당에서 2차 탈당이 이뤄질 경우 개혁보수신당이 국민의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7~28일 실시한 새누리당 분당 후 첫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개혁보수신당이 17.4%로 민주당(33.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새누리당(15.8%)과 국민의당(11.7%)을 앞선 지지율로 신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당선 인사말에서 이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당이 제4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국민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을 땐 “과거 새누리당으로 박근혜 정권과 4년을 함께하며 국정 농단의 공동 책임이 있다는 데 대해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자 주호영 원내대표도 “야당도 국정 농단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으니 같이 책임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맞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1일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찾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봉하마을 방문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우려 탓에 취소했다. 국민의당은 애초부터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을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차별화된 노선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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