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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鷄 -영계-

중앙선데이 2017.01.01 00:16 512호 18면 지면보기
정유(丁酉)년 닭의 해가 밝았다. 한자 鷄(계·닭)는 닭이 우는 소리인 해(奚)와 뜻을 나타내는 조(鳥)로 이뤄졌다. 비둘기(鳩·구)가 구(九)하고 우는 것과 같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닭을 “때를 아는 가축(知時畜也)”이라고 했다. 시경(詩經) 해설서 『한시외전(韓詩外傳)』은 닭의 오덕(五德)을 말했다. “머리의 벼슬(冠)은 문(文), 다리 발톱은 무(武),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니 용(勇), 모이를 보면 서로를 부르니 인(仁), 밤을 새워 때 맞춰 울어 새벽을 알리니 신(信)이라 했다.” ‘덕금(德禽)’으로 불린 이유다. 닭은 십이간지(干支) 중 유일한 새다. 200여 종이 존재했으며 지금도 70여 종 100억 마리가 인류와 함께한다.



“머리 위 붉은 관은 쓸모가 없구나(頭上紅冠不用裁)/ 온몸은 눈처럼 희어 늘 걸어다니네(滿身雪白走將來)/ 평생 감히 말은 가벼이 하면 안되니(平生不敢輕言語)/ 한 번 울면 천만 호가 깨어나기 때문이니(一叫千門萬戶開)”



중국 명(明)나라 화가이자 문인이던 당인(唐寅·1470~1523)은 영계시(詠鷄詩)를 지어 닭의 덕을 칭송했다.



“바다에 해 뜨려면 아직 멀어(出海日猶遠)/ 천지가 아직 밝지 않았네(乾坤尙未明)/ 모든 사람들 단잠에 빠졌으니(沈?萬眼睡)/ 한 번 울음으로 놀래 깨우네(驚破一聲鳴)/ 먹이 찾으면 암컷 불러 함께하고(索食呼雌共)/ 수컷임을 과시해 적 만나면 다툰다(誇雄遇敵爭)/ 다섯 덕 모두 갖춤을 내 어여삐 여기니(吾憐五德備)/ 기장과 함께 삶지 말아라(莫與黍同烹)”



고려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이보다 앞서 영계시를 지었다. 몸 보신한다며 삶아 먹길 삼가라 권했다.



닭 울음에는 서민의 애환이 담겼다.



“백골은 들에 널려있고(白骨露於野)/ 천리 안에 닭 우는 소리 없구나(千里無鷄鳴)/ 살아남은 백성은 백에 한 명이니(生民百遺一)/ 생각하면 애간장을 끊게 하는구나(念之斷人腸)”



삼국지의 간웅 조조(曹操)는 ‘호리행(蒿裏行)’에서 전쟁의 참상을 닭 울음으로 묘사했다.



대선의 해다. 지난 수 년간 “한 사람이 권력을 잡으니 능력 없는 무리의 득세(一人得道 鷄犬昇天·일인득도 계견승천)”가 잦았다. 올해 당선인이 삼갈 바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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