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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마성의 사기꾼은 있지만 통쾌한 '한 방'은…'마스터'를 향한 엇갈린 시선

중앙일보 2017.01.01 00:01
연말에 출격한 한국영화 중 막강한 캐스팅으로 관객의 기대를 모은 ‘마스터’(조의석 감독)가 지난 12월 21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관객 39만 명을 시작으로 현재 총 300만 명(12월 26일 기준)을 모으며 흥행 가도에 올랐다.

하지만 평단에선 “기대에 비해 캐릭터와 이야기가 다소 밋밋하다”(윤성은 영화평론가) “소재는 흥미롭지만, 캐릭터의 파급력은 덜했다”(황진미 영화평론가)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총제작비 100억원이 넘는 화제작 ‘마스터’의 성취와 아쉬운 점을 함께 짚어 봤다. 전작 ‘감시자들’(2013, 조의석·김병서 감독)에 이어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조의석 감독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터’는 포커로 치면 에이스 카드 3장을 들고 시작하는 게임에 가깝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의 말이다.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세 스타 배우의 조합만으로, ‘마스터’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는 10여 년 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일명 ‘조희팔 사건’이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은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를 차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투자자 3만여 명의 돈 4조원을 가로챘다. ‘마스터’의 주인공은 다단계 유령 회사 원네트워크를 이끄는 진 회장(이병헌)과 그를 잡으려는 지능범죄수사대 김재명(강동원) 팀장 그리고 재명이 “감형해 주겠다”며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 원네트워크 전산실장 박장군(김우빈). 서로 속고 속이는 세 남자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경제 사기꾼 다룬 범죄영화, 무엇이 새로웠나
‘경제 사기’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였다. “한국에서 경제 사범은 부패한 정치인에 비해 형량도 낮을 뿐더러,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낮은 편이다. 이런 소재를 조명한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황진미 영화평론가) “검거되지 않은 채 사망했다고 알려진 조희팔 등 미제로 남은 실제 사건을 영화 소재로 가져온 아이디어가 참신했다.”(허남웅 영화칼럼니스트)

이처럼 ‘마스터’는 소재의 참신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극 중 진 회장은 투자자들을 거짓 눈물로 현혹한다. 또 재명의 추적을 피해 필리핀 마닐라로 도망간 후, 필리핀 정치인에게 친환경 도시 설계 사업을 제안하며 또다시 한탕 벌일 계획을 세운다. 국경을 넘나들며 출처가 희미해지는 현대 자본의 속성을 극에 흥미롭게 녹였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실제 우리 사회에도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 투자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이들이 있었다. 극 중 설정은 이런 현실을 담아낸 것”이라 말했다. 이에 반해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재명이 진 회장을 잡으려 역으로 사기 치는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션스’ 시리즈(2002~) 등 탁월한 범죄영화 속 기상천외한 ‘한 수’로 짜릿한 감흥을 주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마스터’는 원네트워크가 어떻게 투자 금액을 조 단위로 부풀리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체로 재명과 장군의 대사에서 두루뭉술하게 드러날 뿐이다.

‘마스터’는 사기 치는 과정보다 ‘권선징악의 서사’에 집중한다. 첫 장면에서 재명은 “(진 회장 뒤의) 썩은 머리를 잘라 내겠다”고 선언한다. 그는 정경유착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헤아릴 만큼 정의롭다. 이에 대해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선악 구도가 지나치게 뚜렷해 이야기가 단조로워졌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역시 “2015년 ‘베테랑’(류승완 감독) ‘내부자들’(우민호 감독) 등 사회 고발성 영화가 잇따라 개봉해 관객의 감정적 피로도가 높아진 터라, ‘마스터’만의 신선한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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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캐스팅으로 만든 ‘캐릭터 무비’ 통했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배우들이다. 이병헌은 진 회장을 얄밉지만 매력적인 사기꾼으로 빚어냈고, 김우빈은 선과 악의 사이를 오가며 성장하는 20대 해커 장군을 맞춤하게 연기했다. 강동원 역시 소년의 이미지를 벗고, 차갑고 명석한 형사로 변신했다. 여기에 여자 배우 진경과 엄지원도 가세했다. ‘스타’ 배우와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가 돋보이는 캐릭터 무비라 할 만하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주요 인물 셋 모두 전형적인 캐릭터지만, 스타 배우의 아우라로 팽팽한 긴장을 만들어 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볼 때 세 인물의 균형이 팽팽하게 유지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터’는 배우가 지닌 특유의 매력을 이용하는데, 이 점을 패착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인물은 재명이지만, 실질적으로 무게 중심은 진 회장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병헌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마닐라에서 동남아식 영어를 구사하는 그의 코미디 연기에 웃다 보면, 진 회장을 향한 공분이 사그라들고 만다.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에 비해 결말의 통쾌함이 덜하게 느껴지는 것은, 밉지 않게 그려진 악역 탓 아닐까. 진 회장에 비해 재명은 캐릭터의 밀도가 다소 떨어지는 인상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이를 “재명이 완전무결한 도덕적 초인이자 평면적 인물로 등장하는 점” 때문이라 진단한다. 또한 재명이 왜 그토록 진 회장을 추적하는 데 매달리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점도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게 한다. “‘내부자들’의 우장훈(조승우) 검사는 출세 지향적인 사람이지만, ‘학벌에 밀려 정의를 택하게 됐다’는 사연이 있다. 반면 재명은 ‘사법고시도 수석으로 패스한 천재’로만 묘사된다. 결국 ‘정의로운 천재 경찰 한 명이면 세상이 바뀐다’는 순진한 이야기로 읽힌다.” 황진미 영화평론가의 말이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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