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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뇌관 터질까] '원 투 펀치' 맞아도 녹다운되지는 않을 듯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01 00:01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로 인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국내 경제 전문가와 언론매체는 물론이고, 국제경제기구에서도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위에까지 차올랐다고 경고했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의 30%는 한국 금융 시스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LTV 등 가계부채 안전판 갖춰…집값 20% 하락해도 금융 부실로 전이되지 않아

한국은행이 2016년 11월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16년 9월 한국의 민간신용을 ‘주의’ 단계로 평가했다. 가계부채에 기업부채를 더한 민간신용은 2014년 3분기 이후 빠르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여러 측면에서 경고된다. 절대적인 규모가 크고 빨리 증가했으며 경제 규모에 비해서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또한 가계부채가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연체되고 금융 부실이 쌓이면 시스템 리스크를 통해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BIS, 한국 민간신용 ‘주의’ 단계로 평가
하지만 이런 우려의 근거가 약하고 일부는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가계부채가 설령 일정 부분 이상 부실해지더라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근거는 이렇다. 먼저 가계부채의 규모를 생각해보자. 국내 가계부채는 2014년 1분기 말 1024조 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년 3분기 말에는 1300조원에 가까운 1295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저성장이 정상이 된 뉴노멀의 시대이고 성장의 과실이 가계에 덜 배분된다고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계부채의 규모도 커지게 마련이다. 가계부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용 차입금을 생각하면, 자기 돈만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고 주택구입 자금을 조달하면야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가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 경제 성장에 따라 가계 빚의 절대 규모가 계속 증가하면 사상 최대치를 거듭 경신하게 된다. 증가율이 높아서 걱정이라지만 증가율이 어느 정도라야 적정한지 판단할 가늠자는 없다.

그렇다면 BIS는 어떤 근거로 한국의 민간신용을 ‘주의’로 평가했을까. BIS는 ‘신용 갭’을 기준으로 국가별 민간신용의 리스크 누적 정도를 평가한다. 신용 갭은 ‘민간신용의 명목 국내 총생산(GDP) 대비 비율’과 ‘그 비율의 추세치’의 차이로 계산한다. 민간신용의 명목 GDP 대비 비율이 추세치에서 많이 벗어나 높아지면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BIS는 해당 국가의 신용 갭이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단계, 2~10%포인트면 ‘주의’ 단계,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단계로 분류한다. 한국의 2016년 1분기 신용 갭은 2%포인트선으로 산출됐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규모를 명목 GDP와 비교하는 방식 또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유량(流量) 변수인데 반해 가계부채는 국민이 특정 시점에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은 담보대출·신용대출·한도대출을 모두 합한 저량(貯量) 변수”라고 전제했다.

신 원장은 한 언론매체 기고에서 가계부채의 위험은 가계가 갖고 있는 자산과 가계의 미래 소득 규모 및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의 규모가 가계가 보유한 금융·실물 자산과 비교해 과다한지(저량 비교)와,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현재와 미래의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지(유량 비교)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뇌관을 터뜨릴 ‘도화선’으로 지목되는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을 생각해보자. 금리가 오르면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할 위험이 커진다. 주택가격이 내리면 담보여력이 줄고, 금융회사는 주택담보대출금액 중 한도를 초과하게 된 금액을 회수하려 한다. 이 초과대출금을 갚을 여윳돈이 없는 한계가구는 집을 팔아야 한다. 한계가구가 많아져 주택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 집값이 더 하락한다.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속출한다. 집이 팔리지 않아 원리금을 연체하는 경우도 증가한다.
 
국내 주택가격 하락했어도 무너지진 않아
두 도화선 중 집값 하락은 위험이 크지 않다. 혹자는 국내 주택 가격이 거품으로 크게 부풀었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집값이 버블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거품은 시간이 지나 정점에 도달한 후 제풀에 터지고 특히 경기가 꺾이면 붕괴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집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긴 했어도 무너지진 않았다.

국내 주택시장에 공급 초과 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2015년 분양한 52만 호가 2018년에 대거 입주한다. 더구나 그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전철을 밟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일본의 주택가격은 인구절벽이 아니라 복합적인 정책실패의 결과다. 이는 다른 여러 선진국의 주택시장이 인구절벽을 지난 후에도 호조를 보인다는 사실이 방증한다. 또한 집값 하락이 담보여력 감소와 대출금액 회수로 이어지려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과거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LTV를 낮게 유지했다. 국내 12개 일반은행의 LTV는 2016년 6월 말 현재 52%로, 2014년 완화한 한도인 7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우려도 과한 측면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를 고려할 때 금리가 올라도 큰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율은 2016년 말 40%를 목표로 관리되고 있다. 이 비율의 2017년 말 목표는 42.5%로 설정됐다. 금리가 상승하는 만큼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까. 시스템 리스크는 개별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해질 위험을 뜻한다.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이 되면 부실채권을 떠안은 금융권은 재무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을 조인다. 신용경색이 빚어진다. 돈줄이 말라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가계는 씀씀이를 줄인다. 경제는 침체에 빠진다. 이와 관련, 집값 하락이라는 변수로 이를 분석한 결과가 2016년 11월에 발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 변화가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집값이 전국적으로 20% 하락할 경우 최대 금융손실액이 15조2000억~28조 80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이로 인한 국내 금융권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폭은 1.4~2%포인트로 추정된다고 분 석했다. 그 러나 하락한 후 에도 자기자본비율은 12~12.9%로 1등급 기준인 1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 20% 하락이라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다른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부실로 인한 국내 금융권의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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