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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무역대표부 디렉터 '욘나 비벨리우스'] 북유럽과는 또다른 핀란드 디자인의 매력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01 00:01
욘나 비벨리우스 핀란드 무역대표부 디렉터.

욘나 비벨리우스 핀란드 무역대표부 디렉터.

12월 9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핀란드 라이프스타일·디자인 페어’ 행사장. 행사 관계자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전시 상품은 180도 달랐다. 화려한 꽃 프린트가 들어간 소품부터 핑크색 의류와 다양한 색의 가방과 신발이 눈길을 끌었다. 흔히 북유럽 디자인하면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톤을 떠올리지만 핀란드 행사장은 예상을 깨는 상품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과감하고 위트 있는 디자인이 특징…조명·실내 인테리어 강점

“북유럽 디자인 중 핀란드의 디자인은 확실한 차이가 있어요. 스웨덴 등 다른 북유럽 디자인은 블랙과 화이트가 많지만 핀란드는 프린트가 도드라지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컬러풀하죠.”

이날 한국을 찾은 핀란드 무역대표부의 욘나 비벨리우스 프로그램 디렉터는 다른 북유럽 디자인과의 차별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욘나 디렉터는 “깔끔한 라인과 기능성, 천연 소재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은 북유럽 디자인의 공통점”이라면서도 “핀란드 디자인은 보다 과감하고 위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는 겜미(Gemmi), 마리타 후리나이넨(Marita Huurinainen), 투로(Turo) 등 남성·여성·아동·잡화 분야의 9개 패션 브랜드와 카우니스테(Kauniste), 발릴라(Vallia)를 비롯한 가구·리빙 등 분야에서 7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아픈 역사 속에서 피어난 핀란드 디자인
[사진제공 핀란드 무역대표부]

[사진제공 핀란드 무역대표부]

한 때 한국에서 신혼집을 구경가면 블랙·화이트·그레이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대세였다. 국내 인테리어 분야에서 시작된 북유럽 디자인 열풍이었다.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북유럽 디자인은 훈풍을 탔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이케아=북유럽 디자인’이라는 국내에 퍼져있는 공식을 깨려는 듯 과감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핀란드 브랜드들이 소개됐다.

욘나 디렉터는 핀란드 디자인의 유산을 오랜 역사 속에서 설명했다. 욘나 디렉터는 “핀란드 디자인은 스웨덴과 러시아의 영향이 묻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핀란드 고유의 색깔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12세기 무렵부터 스웨덴의 지배를 받아왔다. 스웨덴은 1809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핀란드 영토를 러시아에 넘겼다.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틈타 독립할 때까지 러시아의 간접 지배를 받았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내년은 핀란드가 독립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욘나 디렉터는 “100년 전 독립을 했을 때 핀란드는 가난했고 세계 대전이 발발해 나라는 상처를 입었다”며 “폐허 위에 다시 건물을 지어야 했는데 이 때 많은 건축가들이 앞장서서 모던한 건물들을 디자인하고 설계했다”고 말했다.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같은 저명한 건축가들이 도시 계획과 건축, 인테리어 분야에서 성과를 냈지요. 외관 디자인이 발전하면서 그 다음으로 그 내부를 꾸미는 일, 즉 제품 디자인 분야로 확대됐습니다.”

최근 핀란드 디자이너들은 가구나 패션 디자인 분야뿐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항공기 디자인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욘나 디렉터는 “1960년대에는 북유럽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그 후 경기 침체로 주춤했다가 최근에 참신한 디자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역사에서 비롯된 디자인 유산에 새로운 가능성이 더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에서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이 발달한 이유는 뭘까. 욘나 디렉터는 “기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날씨야말로 핀란드 디자인이 발달한 배경 중 하나”라면서 “겨울은 정말 춥고 길어서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대부분 실내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따뜻하고 포근한 실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민들이 집 안을 꾸미고 실내 소품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말이다.

조명이 발달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핀란드에 오면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조명을 볼 수 있다. 조명과 컬러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겨울을 좀 더 행복하게 느낀다고 할까요.”

이날 행사에 등장한 제품 중 모피 상품이 눈길을 끌었다. 모피는 무거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려는 듯 최근 유행하는 경량 패딩처럼 가벼웠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들이 대표적으로 반대하는 패션 중 하나가 모피다. 자연주의와 윤리를 강조하는 핀란드 디자인과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핀란드 모피 업체인 마리타 후리나이넨의 생산 과정에는 반전이 있었다. 이들이 사용하는 모피는 동물의 개체수 조절을 위해 허가된 곳에서 허가 받은 사냥꾼이 잡은 동물의 털 만을 사용한다.업체 관계자는 “이곳에서 생산된 모피는 윤리적 모피”라고 강조했다. 다른 브랜드도 자연과 윤리를 중요시한다. 욘나 디렉터는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하는 업체도 있다”며 “제조 과정부터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핀란드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를 물었다. 욘나 디렉터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행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글로벌 대기업들이 한국의 트렌드를 배우기 위해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이어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 패션 행사도 유심히 관찰하지만 한국의 거리에서도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며 “한국인들이 어떻게 차려 입고 어떤 스타일로 다니는 지 관찰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한 “한국인은 꾸민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effortless)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유럽 디자인이 국내에서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지만 4~5년 전에 비하면 주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핀란드 디자인은 한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질문이 끝나자마자 욘나 디렉터는 “한국은 경쟁이 심한 시장이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한국에서 북유럽 디자인의 인기는 이케아나 H&M 같은 대형 브랜드들이 주도했다고 본다”며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가 많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은 유행 선도하는 나라”
국내에 진출하려는 핀란드 업체들은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욘나 디렉터는 “한국 주거의 60%는 아파트라고 들었다. 공간을 스마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구, 작은 쿠션이나 아이디어 상품 등 공간을 덜 차지하는 인테리어 소품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핀란드 무역대표부는 핀란드의 정부기관인 고용경제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3개 분야인 수출 지원(Export Finland)·해외 투자 유치(Invest Finland)·관광 산업(Visit Finland)으로 나뉘어져 있다. 욘나 디렉터를 비롯해 이번 행사를 지원한 곳은 수출 지원 부서다. 행사를 함께 주최한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의 김윤미 대표는 “한국은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중요한 시장”이라며 “핀란드의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위트 있는 디자인이 한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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