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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가이드 - 주식시장] 호재와 악재 충돌…큰 폭 상승 어렵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01 00:01
회귀(回歸). 2016년 국내 주식시장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는 단어다. 전문가나 증권사나 ‘2016년은 다를 것’이리고 말했지만 지난 5년 간과 마찬가지로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일단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순이익은 좋아졌지만 매출이 정체됐고, 투자도 줄였다.

미·중 갈등, 정치 불확실성 등 리스크 많아…경기민감주·수출주·금융주 유망할 듯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부 정보기술(IT) 대형주의 주가가 꽤 올랐지만 대부분의 주력 산업은 정체된 실적만큼 주가도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이 와중에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당선 등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소재가 꾸준히 등장해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구조조정·노동개혁 등 풀어야 할 구조적 난제가 쌓였는데 최순실 게이트라는 돌발 악재에 경제 리더십마저 실종됐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대체로 2017년이 2016년보다는 조금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스권을 탈피해 23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곳도 있다. 그 첫 번째 근거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AB의 데이비드 웡 주식 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트럼프의 주요 계획인 세금 인하, 이익의 자국(미국) 송금, 재정적 경기 부양 등도 미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확장적 예산을 통한 공공부문 지출 회복은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기업 이익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수급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도 있다. 최근 금융시장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란 키워드가 자주 언급된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2012년 BoA메릴린치의 자산전략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것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더 이상 채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증권업계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그레이트로테이션이 서서히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적으로는 기업 이익의 증가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2016년 처음으로 100조원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7년엔 이보다 12% 증가한 11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긍정적 이슈 속에 코스피의 저평가 매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6년보다는 주가 오를 전망
이대로만 된다면 바랄 게 없지만 장애물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미국과 중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발목을 잡는다. WSJ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에 15%의 관세만 매겨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1%포인트 하락한다. 이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0.5%포인트 떨어지면서 글로벌 평균 성장률(-0.23%포인트)보다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된다.

이 와중에 중국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해 무역 보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현실화하면 중간에 낀 한국의 선택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장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흔히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저평가된 이유로 낮은 배당성향, 기업의 투명성 부족 등을 꼽는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한다. “ROE 하락은 중국 경기의 부진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글로벌 수요 위축과 과잉투자 문제로 중국이 소비 중심으로 성장전략 변경을 꾀했고, 이에 따라 한국의 일부 산업도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중국 경기의 하강에 따라 한국 기업의 실적 감소는 불가피했다.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규제와 급속한 인구노령화 등에 따른 내수 부진 지속이 실적 악화와 주식 투자자금 유출을 부추겼다.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금의 신흥국 이탈과 맞물리면서 한국 시장의 소외를 장기화시켰다.”

정치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주식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불확실성’이다. 그런데 한국은 내년 초까지 엄청난 정치적 혼란을 각오해야 한다.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가 국회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만약 헌재의 판단이 반대라면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일러도 4월 늦으면 하반기까지 부정적인 정치 이슈가 끊임없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박스권에도 오를 종목은 올라
정리하면 2017년에도 코스피는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박스권에 머물러도 오를 회사는 오르는 게 주식시장이다. 전반적인 횡보 장세에서 투자자 입장에선 업종·종목 선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물가 상승기에는 가치주가 강세를 보인다. 글로벌 경제가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가치주의 매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규모별로는 대형주의 강세가 상반기까진 이어지리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의 상대주가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 지속 여부는 사실상 미국 경기에 달려있는데, 최근 미국 경기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2017년 수출이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내수 소비는 정체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내수 관련주보다는 수출주가 더 매력적이다.

유망 업종으로는 대체로 IT와 금융, 정유 업종 등이 꼽힌다. 올해도 비교적 준수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던 IT는 2017년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IT 주도의 이익 증가가 계속돼 내년 코스피 기업 이익 증가분의 60%를 IT가 담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드웨어와 가전, 디스플레이 등이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낼 것이란 평가다. 반도체 역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인다.

세계반도체무역협회(WSTS)에 따르면 2016년 10월 세계 D램 매출은 39억44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3.5%,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D램 월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무려 17개월 만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D램의 역성장이 종료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글로벌 IT업체의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 고용량 스마트폰 보급, 윈도우10 교체 등 수요 강세로 2017년 1분기에도 시장 환경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 관련주는 트럼프의 재정확대 성공 여부를 떠나 금리 상승이 필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둘 만하다. 국제 유가가 지난 2년여의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배럴당 50달러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 업종도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2017년 신차 효과로 국내 가동률 및 수익성 회복을 기대할 만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실행 여부가 부담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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