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성장 전망은 외환위기 후 처음
수출·고용·소비·물가 모두 축소지향적
4차 산업혁명, 실업 대책도 준비해야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이란 현실을 받아들이되 극복 의지를 담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잠재성장률(3.0~3.2%)보다 못한 성장 목표를 세워놓고 나라 살림의 큰 틀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의지·자신감의 부족이요, 정부의 존재 부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재성장률은 자본·노동·기술 등 자원을 총 투입해 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실제 경제성장이 잠재성장률을 계속해서 밑도는 것은 그만큼 정책을 잘못 짰거나 잘못 집행했다는 의미다. 경제주체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정부가 뒷받침을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4%로 예상했다. 신흥국은 4.6%다. 올해보다 전체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봤다. 우리만 뒷걸음치면서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민생 안정, 구조개혁과 미래 대비의 주요 대책도 나열식,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다. 구조조정과 경제위기가 겹치면 취약계층이 먼저 무너진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 대책은 기존의 소득·취업 지원을 소폭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래 산업에 대한 대응도 단선적이다. 4차 산업혁명 범 정부 전략위원회를 만들고 경제·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산업과 고용의 두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산업에 치우치다 보면 고용을 놓칠 수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의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일자리 상실을 수반한다. 우리에게도 당장 닥친 일이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지난 7개월간 한국어를 배웠다. 보험 상담을 위해서다. 내년 3월이면 당장 보험상담원 수백 명이 왓슨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머지않아 전화상담사 수만~수십만 명의 해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밋빛 전망에만 취해 고용 대란을 외면해서야 제대로 된 미래대응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