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접근 다르니 대책 갈렸다
로봇·자율주행차·의료진단 등 어디서든 AI와 만나게 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AI 시대’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진단은 이처럼 크게 엇갈린다. 한국 정부가 낙관 일변도의 전망을 수치 위주로 내놓는 데 반해 미국 정부는 기술 발전의 명과 암을 객관적으로 분석·진단하며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에 따르면 시급 20달러 미만의 노동자 중 83%는 AI 도입 등 자동화로 직업을 잃을 확률이 높다. 특히 미국 내 택시(우버 포함) 기사 54만 명 중 45만 명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로 실직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직업별·소득별·교육수준별 노동 문제 해결책 마련 영양보조프로그램(SNAP)·빈곤가족일시부조(TANF) 등 사회복지 제도 수립, 미래의 직업을 위한 재교육과 초등교육 정책 수정을 주문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의 ‘AI 시대’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5개 부처가 참여하는 ‘지능정보기술 민관합동 자문위원회’는 지난 15일 ‘지능정보사회 추진 민관 콘퍼런스’를 열고 “지능정보기술로 인한 국내 경제효과가 2030년 기준 460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 “기존 일자리의 노동시간 중 49.7%가 자동화되겠지만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의 신규 일자리 80만 개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보고서처럼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에 대한 경고는 찾아볼 수 없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원(AIRI) 원장은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각 부처가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부처끼리 경쟁한다는 인상이 강하다”며 “부처별 정책 전반을 아우르고 그와 관련한 철학을 제시하는 범정부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택시기사 54만 중 45만 실직” AI 토론 인터넷 생중계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은 “인프라 확충과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지만 우려되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대한 거시적인 대책 수립이 있어야 한다”며 “AI 시대에 맞춰 노동·복지·교육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