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대표 아들 기내난동 이어
대기업 회장 아들 술집서 행패
‘금수저 갑질’에 수저계급론 또 부각
돌 선물 ‘미니 금수저’ 반지도 인기
전문가 “사회 갈등 세태 반영된 것”
지난 20일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중소기업 대표 2세, 26일 술집에서 소란을 피운 대기업 회장 아들 등 소위 금수저들의 잇단 일탈이 불쏘시개가 됐다. ‘능력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을 남긴 정유라(20)씨도 ‘분노유발자’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도 수저계급론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황교안(59)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사를 소상히 밝히며 “나는 흙수저 중에서도 무(無)수저다”고 말했다. 12일에는 이정현(58)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제주대에서 ‘무수저도 할 수 있다’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젊은 층의 ‘촛불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반응은 차갑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앞으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을 구분 짓는 ‘정치 흙수저론’이 활발해질 것이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이 ‘흙수저’ 자체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애슐리·자연별곡 등 이랜드 그룹의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지난 1년간 아르바이트생들의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19일 고용노동부 발표로 알려지자 청년들은 수저계급론을 언급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윤모(21)씨는 “누구는 술집·공항에서 행패 부릴 때 누구는 아르바이트비를 떼이면서까지 일을 하고 있다. 금수저·흙수저를 넘어 서로 맡는 공기, 밟는 땅조차 다른 기분이다”며 “이런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수저계급론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지수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시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천민적 행태를 보이는 한국 상류층들 때문에 화를 내며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