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호
경제기획부장
내년 역시 국내외 변수 많아
개인·정부 모두 ‘근력’ 키워야
거부권만 넘치는 정치 바꾸고
보수·진보는 균형감각 유지를
#마음의 근력(筋力)
“마음의 근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얼마 전 만난 회사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자녀의 ‘대입 성공스토리’를 전하면서다. 대입전형이 수시든 정시든 수험생이 어떤 조건에서도 ‘쫄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근력은 근육의 힘이다. 평소에 운동해 근육을 단련시켜야 웬만한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 경제에도 ‘마음의 근력’ 같은 게 있다고 본다. 바로 건전한 재정이다. 나라 살림이 튼실해야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숙명이다. 내년 예산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추경이 거론되는 건 유감이다.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권 정치)
특히 토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와 이달곤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비토크라시’로 봤다. 김 교수는 “어떤 세력도 자신의 의도를 관철할 헤게모니가 없으면서 언제든지 좌절시킬 수 있는 비토 파워만 넘치고 있다. 차기 정부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교수도 “양극단에 치우진 집단이 서로 자극하는 정치 문화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탄핵 정국을 슬기롭게 넘고 이를 국가 개조로 이어지게 해야 제대로 된 리셋이다.
#슘페터
슘페터는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과잉’을 걱정했다. 시장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그런데 뉴딜 시기인 1938년 미국은 겨우(!)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재정으로 썼을 뿐이다. 현재 미국의 재정 투입은 GDP의 38%로 뉴딜 당시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표심에 민감한 정치는 국가 미래를 위한 중장기 투자 대신 당장 시민이 원하는 정책에 과도하게 쏠린다.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저 외국 보수 경제잡지의 기우(杞憂)로만 치부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촛불 이후 한국에서도 진보가 보수보다 많아졌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어느 때보다 절제와 균형감각이 절실한 시기다.
서경호 경제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