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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 1년] 소녀상 곳곳 설치 추진, 합의무효 요구집회 잇따라

중앙일보 2016.12.28 18:23
송봉근 기자

송봉근 기자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은 28일 부산에서 시민단체가 소녀상을 기습설치했으나 4시간여 만에 철거됐다. 이날 한·일 합의 무효화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소녀상을 추가 설치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부산의 시민단체인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미소추)는 이날 낮 12시 40분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기습설치했다. 하지만 부산 동구는 “도로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직원 40여 명을 동원해 4시간여만인 오후 5시 소녀상을 에워싼 미소추 회원 40여명 등을 모두 끌어내고 소녀상을 다른 곳에 옮겨버렸다. 동구는 소녀상을 임시보관한 뒤 미소추 요구가 있을 때 인계할 방침이다.

동구는 “소녀상이 도로법 시행령상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이 아니어서 소녀상을 도로에 설치하는 것은 도로법 제7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 위반”이라며 “자치단체 입장에서 법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미진 우리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우리 땅에 건립하는데 왜 행정기관이 막느냐. 일본의 요구를 부산 동구가 노골적으로 받아주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날 경찰은 일본영사관 측의 시설보호요청에 따라 현장 주변 등에 인력 900명을 배치하는 한편 양측의 충돌에 대비했다. 공무원에 폭력을 행사(공무집행방해 혐의)한 집회참가자 13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미소추는 애초 31일 오후 9시 소녀상 제막식을 할 예정이었다. 이 소녀상은 지난 4월부터 시민이 낸 성금 8500만원으로 만들어졌다.

충남 서천군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달 초 소녀상을 제작한 뒤 ‘봄의 마을 광장(옛 서천시장)’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천군은 “공유재산에는 일반기관이나 단체에서 요구하는 시설물를 설치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들어 허락하지 않았다. 봄의 마을에는 청소년회관과 여성문화센터 등 공공건물과 야외공연장 등이 조성돼 있다. 서천군연합학생회 대표들은 최근 노박래 서천군수를 방문해 중·고생 1167명이 동참한 서명부를 전달한 뒤 “소녀상 설치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서천군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리 일을 처리한 것이다. 서천군 내 다른 장소에 설치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꾸려진 대구 평화의소녀상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는 대구에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지금까지 5590여만원을 모았다. 위원회는 내년 3월 1일 소녀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시와 건립 부지를 두고 협의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시민단체협의회,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은 이날 낮 12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또 당시 합의과정의 진상 규명과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재발방지 대책 발표 등을 요구했다. 강원 원주의 평화의 소녀상 시민모임과 더불어 민주당 강원도당 여성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원주시청 공원 내 원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합의 원천 무효와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올해 세상을 떠난 7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주현 원주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일본은 이제 39명 남은 할머니에게 진정한 사과와 법적인 보상을 해야한다”며 “피해 대상자를 외면하고 진행한 합의는 정식합의가 아니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만큼 당시 합의 자체가 원천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광주광역시·대구·경기·대전·강원=이은지·김호·김정석·임명수·신진호·박진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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