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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4시간 만에 철거…부산동구 직원과 시민단체 회원 충돌

중앙일보 2016.12.28 17:36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기습 설치·대치 끝에 농성자 연행후 4시간만에 철거 28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설치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가 동구청 철거반원들이 연좌농성 시위자들이 한명 씩 경찰에 연행 한 뒤 설치 4시간만에 소녀상을 철거했다.송봉근 기자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기습 설치·대치 끝에 농성자 연행후 4시간만에 철거
28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설치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가 동구청 철거반원들이 연좌농성 시위자들이 한명 씩 경찰에 연행 한 뒤 설치 4시간만에 소녀상을 철거했다.송봉근 기자

부산의 시민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설치했으나 4시간 만에 철거됐다.

시민단체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미소추)는 28일 낮 12시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어 이날 낮 12시40분쯤 인근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기습 설치했다. 미소추는 미리 준비한 소녀상을 지게차로 내려 영사관 앞 인도에 임시설치했다.

하지만 부산 동구가 “도로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직원 40여 명을 동원해 철거를 시도하면서 이를 막으려던 미소추 회원과 집회 참가자 등 40여 명과 마찰을 빚었다. 40여 명의 미소추 회원 등은 소녀상을 에워싼 채 인간 방패막이를 만들어 동구 직원과 경찰 등 100여 명과 3시간 넘게 대치했다.

김미진 우리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우리 땅에 건립하는데 왜 행정기관이 막느냐. 일본의 요구를 부산 동구가 노골적으로 받아주고 있다”고 항의했다.

동구 직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소녀상을 에워싼 미소추관계자 등을 하나 둘 끌어내기 시작했다. 소녀상을 지키던 대학생 강슬기(21)씨는 “시민을 위해 공무를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이 왜 우리를 끌어내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동구는 “소녀상이 도로법 시행령상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이 아니어서 자치단체 입장에서 법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녀상을 도로에 설치하는 것은 도로법 제7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 위반이라는 것이다. 동구 직원들은 40여 분간 미소추 회원 등을 차례로 모두 끌어낸 뒤 오후 5시쯤 소녀상을 트럭에 싣고 옮겨버렸다. 동구는 소녀상을 임시보관한 뒤 미소추의 요구가 있을 때 소녀상을 인계할 방침이다.

이날 경찰은 일본영사관 측의 시설보호요청에 따라 현장 주변 등에 인력 900명를 배치하는 한편 양측의 충돌에 대비했다. 공무원에 폭력을 행사(공무집행방해 혐의)한 집회참가자 13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미소추는 이날 소녀상을 설치한 뒤 31일 오후 9시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할 예정이었다. 앞서 소녀상 건립을 위해 지난 4월 초부터 모금활동을 벌여 목표액(7500만원)을 넘긴 8500만원을 모았다. 또 시민 8180명의 서명을 받아 동구에 전달했다. 이 소녀상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의 작품이다.

일본 정부는 반대 입장이다. 지난 2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광장관이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건립 추진에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힌 것이다. 일본 영사관 측도 지난달 ‘소녀상 절대 불가 방침’을 밝힌 공문을 부산 동구에 보냈다. 이 공문에는 “총영사관 주변에 소녀상이 설치된다면 한·일간의 외교문제를 포함해 상당히 큰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주시고, 총영사관 주변의 어떠한 장소에도 소녀상이 설치되지 않도록 각별히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돼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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