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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스타워즈'의 영원한 레아 공주, 캐리 피셔 결국 눈감다

중앙일보 2016.12.28 16:47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설적인 SF영화 ‘스타워즈’ 시리즈(1977~)에서 레아 공주로 출연한 미국 배우 캐리 피셔가 27일(현지시간) 60세로 세상을 떠났다.

피셔는 지난 23일 영국 런던에서 미국 LA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다. 착륙 직후 병원에서 나흘간 심장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스타워즈’ 팬들로부터 ‘영원한 레아 공주’로 칭송받는 피셔.

그는 1956년 팝가수 에디 피셔(1928~2010)와 뮤지컬 배우 데비 레이놀즈(84)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가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불륜 관계를 맺으며 순탄치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4-새로운 희망`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에서 레아 공주로 출연한 캐리 피셔.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4-새로운 희망`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에서 레아 공주로 출연한 캐리 피셔.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75년 영화 ‘바람둥이 미용사’로 데뷔한 피셔는 영화 감독 조지 루카스를 만나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는다. 77년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스타워즈: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에 출연하게 된 것.

피셔는 사악한 제국에 맞서 반란군을 이끄는 여주인공 레아 공주 역을 맡으며 일류 스타로 급부상했다.

도넛 모양의 특이한 헤어스타일로 유명했던 레아 공주는 남성 캐릭터가 강세를 이루던 SF 장르에서 전례 없는 활약을 선보인 여성 캐릭터였다. 피셔는 극중 레아 공주의 로맨스 상대인 한 솔로 역의 배우 해리슨 포드와 짧은 불륜 관계를 맺기도 했다.

포드는 당시 유부남이었는데, 이 내용은 피셔가 지난달 출간한 자서전 『프린세스 다이어리스트』에서 직접 밝혔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피셔의 삶에는 부침이 많았다.

마약 중독과 비만으로 고생했고, 레아 공주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에 ‘스타워즈’ 시리즈 이후 줄곧 조연과 단역을 맡아왔다.

포크 밴드 사이먼 앤 가펑클의 멤버 폴 가펑클과 6년 간의 연애 끝에 83년 결혼했지만, 1년 만에 이혼하기도 했다.

85년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1977~1983)이 막을 내리면서 피셔 역시 배우 생활에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12살 때부터 꾸준히 길러온 글 솜씨로 슬기롭게 여생을 개척해나갔다. 피셔는 87년 마약 중독 경험을 담은 자서전 『변두리에서 보낸 엽서』(Postcards From The Edge, 국내 미발간)를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책은 몇년 뒤 그가 직접 각색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헐리웃 스토리’(1990)로 만들어졌다.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7-깨어난 포스`에 출연한 캐리 피셔.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7-깨어난 포스`에 출연한 캐리 피셔.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7-깨어난 포스`에 출연한 캐리 피셔.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7-깨어난 포스`에 출연한 캐리 피셔.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피셔는 이후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업에 깊이 관여하며 ‘시스터 액트’(1992) ‘리썰 웨폰’(1987) 등 히트작의 각본을 다듬는 시나리오 닥터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로 32년 만에 ‘스타워즈’ 시리즈에 복귀했다.

피셔는 83년 ‘스타워즈: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에서 선보였던 노출이 과한 비키니 의상 때문에 대중에게 섹스 심볼로 각인된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래서 '깨어난 포스'에 출연할 때 여주인공 레이 역의 신인 배우 데이지 리들리에게 “(예전의) 나처럼 노예같이 보이는 의상은 입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내년 말 개봉할 ‘스타워즈:에피소드8’(가제)이 피셔의 유작이 됐다.

피셔의 죽음이 전해지자, ‘스타워즈’ 출연진들은 일제히 애도했다.

주인공 루크를 연기한 마크 해밀은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피셔는 내 인생과 연기경력에서 가장 결정적인 배역을 연기한 사람”이라며 “그가 내게 준 웃음과 지혜, 관대함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해리슨 포드는 “용감하게 자기 삶을 개척한 여배우”라고 평가했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이끌어온 조지 루카스 감독은 “재능있는 배우이자 작가, 평생의 친구, 우리의 영원한 공주”라며 피셔를 추모했다.
피셔의 죽음이 알려진 28일(한국시간)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 영화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가 국내 개봉한 날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장면이 짧게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전세계 ‘스타워즈’ 팬들의 마음은 어쩌면 이 시리즈의 전설적 문구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포스가 언제나 캐리 피셔와 함께 하길.”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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