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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화해의 조정자로 나서는 93세 키신저

중앙일보 2016.12.28 16:38
헨리 키신저(사진·93)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핵심 조정자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독일의 타블로이드지 빌트를 인용, “키신저가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빌트에 따르면 키신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러 관계 설정 등 외교적 조언을 하고 있다.

그 중엔 미국이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둔군을 철수시키는 ‘우크라이나 해법’도 포함돼 있다. 키신저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무력에 의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미국이 인정하는 셈이 된다.

빌트는 이같은 내용의 기사에 ‘키신저가 신(新)냉전을 막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키신저의 의도를 미·러의 화해를 통한 국제사회의 안정으로 해석한 것이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키신저는 영화 배우 스티븐 시걸, 국무장관 지명자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와 더불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소수의 미국인 중 한 명이다.

푸틴이 구술한 『푸틴 자서전(원제 First Person)』에 따르면 푸틴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활동을 그만둔 이후 키신저를 처음 만났다. “첩보기관에서 일했다”는 푸틴의 말에 키신저가 “괜찮은 사람들은 전부 첩보기관에서 시작하고, 나도 그랬다”고 답했다.

빌트 보도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타스통신을 통해 “키신저는 여전히 가장 지혜로운 정치인이며 전문가”라며 “미·러 관계를 깊이 이해하는 그의 수십년 경험과 전문성을 우리는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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