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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얼굴 없는 천사' 17년째 선행

중앙일보 2016.12.28 16:24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A4용지 상자에 담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A4용지 상자에 담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A4용지 상자에 담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A4용지 상자에 담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A4용지 상자에 담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A4용지 상자에 담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전주시]
해마다 연말이면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전북 전주의 주민센터에 수천만원의 성금을 두고 사라지는 일명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기부 첫해인 2000년부터 17년째 이어온 선행이다.

28일 오전 11시8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민센터 뒤 공원 나무 밑에 (성금이) 있으니 가져 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정세현 노송동주민센터 시민생활지원팀장은 "목소리로 봐선 50대 중년 남자였다"며 "미처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이 남성이 알려준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쉼터 화단에서 A4용지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5만원·1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담긴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확인해보니 금액은 총 5021만7940원이었다. 상자 안에 함께 담긴 A4용지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씨체로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 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이 예년과 같은 A4용지 상자에 담긴 데다 메시지 내용과 형식을 감안할 때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에도 노송동주민센터에 5033만9810원을 두고 갔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17년째 18차례에 걸쳐 기부한 성금만 총 4억9785만9500원에 이른다. 그가 기부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라는 이름은 그가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주민센터에 보내고 사라진 뒤 붙었다. 목소리가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사실 말고는 이름도 직업도 밝혀진 게 없다.

전주시는 2010년 1월 그의 뜻을 기리고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웠다. 비석에는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주민센터 옆에 기부천사쉼터를 만들었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본받기 위해 천사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익명의 기부자도 함께 늘고 있다"며 "이들이 베푼 온정을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해 소외되는 시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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