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월남에 간 남편 기다리고, 신문 팔며 생계 유지…시니어 15명의 인생이 책으로

중앙일보 2016.12.28 13:53
‘군생활 2년을 마치고 남은 1년을 월남에서 복무해야 한다는 연락에 너무 놀랐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전쟁에 간다는 건 목숨을 내 놓을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중략)…무사히 군복무 마치고 우리 가족 품으로 돌아온 남편이 한없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다.’ (유창근·67·여)

‘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신군부의 정치 참여, 전두환 대통령 시절, 지식인 사회가 연일 들썩들썩했다. 딸애의 4학년 2학기 등록금을 주면서 나의 꿈도 부풀었다. 졸업장을 받는 동시에 교직 배정과 발령장을 받는 시기였다…(중략)…그해 4학년 2학기 딸애가 S대학교 총여학생회장에 무투표 당선된 일은 내가 겪어야 할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그해 가을, 겨울은 혹독하게 춥고도 길었다.’ (신정일·76·여)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시니어 15명의 기억이 자서전 『이만하면 잘 살았지』(26일 출간)로 만들어졌다. 성북구는 올 9월 1~21일 동안 만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 사업’ 신청자를 모았다. 이렇게 모인 노인 30여 명에게 9월 22일부터 한 달 가량 일주일에 한 차례씩 ‘자서전 글쓰기 교육’을 시켜 자신의 일생을 한 편의 글로 완성한 15명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현대사가 담겨 있다. 글 중에는 지금은 많이 사라진 ‘하숙집에 대한 추억’이 있다. 김숙자(70·여)씨는 ‘그들과 김장도 같이 하고 방에 도배를 할 때는 모두 모여서 도와주고, 또 우리 식구들과 어울려 먹을 것 잔뜩 장만하여서 싸들고 도봉산으로 소풍도 갔다’며 ‘중년이 된 하숙생들과 지금도 우리집에 모여 옛날 얘기로 꽃을 피운다’고 썼다.

6·25 전쟁 때의 기억을 담은 이도 있다. 오청(67)씨는 ‘전쟁은 우리 형제의 학교 가는 길마저 막았다. 나는 3학년에 다니다가 학교가 없어져서 그만두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며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신문사에 가서 줄을 서 신문 100부 정도를 받아서 매일 제일 먼저 달려나갔다. 그 당시 신문을 팔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썼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우리 공동체의 흔적이자 역사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