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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할꼬야…북한 애들 한국드라마 말투 따라해”

중앙일보 2016.12.28 02:28 종합 3면 지면보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 도중 웃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 도중 웃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태영호 전 공사는 27일 통일부 기자단과의 간담회 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곤 두 손을 들며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 손에 탈북 면허증이 쥐어진 지금 이 순간 놓치지 말고 대한민국으로 오십시오”라는 말을 하고서다. 지난 8월 한국에 온 그는 국가정보원 등의 조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태 전 공사는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대사 이후 최고위급 탈북자다. 남한으로 망명한 외교관 중엔 가장 직급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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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비롯해 김정은 체제와 관련해 예정보다 한 시간여 늘어난 150여 분 동안 말을 이어갔다. 탈북 이유에 대해선 “해외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김정은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잘 알고 있을 테니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내릴 거라 생각했지만 고모부(장성택)를 무자비하게 처벌하는 행태를 보며 절망감에 빠져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에 영어로 나온 질문에도 유창한 영어로 답변했으며 농담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발언 요지.
 
“김정은 10조 달러 줘도 핵포기 않을 것”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핵무기’로 보면 된다. 2013년 3월 노동당 정책회의에서 세계를 기만하기 위해 경제라는 표현을 쓰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지만 사실상 핵노선을 명확히 했다.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은 핵개발을 가장 빠른 시간으로 완성할 것을 당 정책으로 삼고, 2017년 말까지 핵무기를 완성하겠다는 시간표를 짰다. 북한은 2017년 말까지를 (핵무기 완성의) 가장 적기로 본다. (한국이나 미국이) 국내 일정 때문에 핵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물리적이고 군사적인 조치를 못 취할 거라는 타산(계산)이 깔려 있다. 김정은의 핵개발 정책을 포기시키느냐 마느냐는 인센티브의 문제가 아니다.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태영호 귀순 뒤 첫 기자 간담회
“북, 2017년까지 핵무기 완성 계획
핵보유 선언은 중국 뺨 때린 것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 힘들어”
북한 주민 향해 “한국 오십시오”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 외치기도

 
“북, 대북제재로 상당한 위기 몰리고 있어”
중국이 결심만 한다면 북한 정권을 끝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붕괴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변할 경우) 압록강을 건너올 자유민주주의와 미군이라는 물리적 존재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경제적 형편이나 숫자로 효과를 판단해선 안 된다. 북한 주민들의 심리가 변하고 있고, 김정은이 추진하는 정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외국에 나간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한국 언론을 본다. 외교관들은 물론 북한 내부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본다. 일반 주민들도 10여 년 전부터 ‘겨울연가’ ‘가을동화’, 비가 나오는 ‘풀하우스’를 상당히 많이 봤다. 북한 애들의 말투가 북한엔 없는 ‘자기야’ ‘오빠야’ ‘할꼬야?’라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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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북·중 정상회담 안 될 것”
미국에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도 북·미 정상회담은 개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화당의 대북 담당자들은 기본적으로 강경파 네오콘들이고, 대표적 인물인 존 볼튼 전 유엔대사 같은 경우 북한에 상당히 적대적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중국의 뺨을 때린 것과 마찬가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김정은을 초청한다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은 그 약속을 할 수 없다.

(2015년 12월 김양건 전 대남비서의 사망과 관련해선) 김정은과 술을 먹고 차를 몰다가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확인이 안 된다. (지난해 5월 영국을 방문한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에 대해선) 개인과 관련한 신상 정보는 서로 보호해줘야 한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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