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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난동 전력자, 대한항공 다시 못 탄다

중앙일보 2016.12.28 01:57 종합 14면 지면보기
기내 난동 대처훈련이 27일 오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열렸다. 승무원들이 난동을 부리는 남성 승객을 제압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기내 난동 대처훈련이 27일 오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열렸다. 승무원들이 난동을 부리는 남성 승객을 제압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최근 발생한 만취 기내 난동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이 ‘블랙리스트 승객(문제 승객)’에 대해서는 앞으로 탑승을 거부하기로 했다. 또 물리력이 필요한 상황 등을 감안해 남자 승무원을 늘리고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규정도 정비키로 했다.

사건 7일 만에 안전강화 대책
제압용 테이저건 사용 요건 완화
남자 승무원 비율도 늘리기로
경찰, 임씨에게 ‘운항저해 폭행죄’
‘땅콩회항’ 조현아와 같은 혐의 적용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훈련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내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임모(34)씨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한 지 7일 만에 나온 대책이다.
우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블랙리스트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지창훈 사장은 “회사 차원에서 문제 승객 명단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이들을 따로 관리하거나 탑승 거부 등의 차별은 하지 않았다”며 “기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앞으로는 블랙리스트 승객에 대해 탑승거절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에 난동을 부린 임씨에게 이틀 전에 서면으로 탑승 거절을 통보했다”며 “대한항공에서 공식적으로 탑승 거절 고지가 나간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임씨는 이달 말과 다음달에 각각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을 예약해 놓았으나 이번 탑승 거절로 앞으로 대한항공 비행기는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조치는 임씨가 지난 9월에도 인천발 하노이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전력이 있음에도 대한항공 측이 탑승 거절은커녕 기내에서 술까지 제공하는 등 승객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본지 12월 22일자 12면, 23일자 14면>

대한항공은 또 현재 전체 승무원 6800명 중 10%(700여 명) 수준인 남성 비율을 더 늘리기로 했다. 임씨가 난동을 부릴 당시 기내에는 여자 승무원 6명만 타고 있어 난동을 제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는 요건도 완화키로 했다. 현재는 생명 위협이나 안전 운항 저해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김용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장은 “기존의 사용 허가 규정이 제한적이었던 탓에 승무원들이 테이저건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이번 사건으로 큰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인천공항경찰대는 이날 임씨에 대해 항공보안법 및 상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임씨에게 항공보안법 중 ‘기내 소란 행위’를 적용했지만 소환 조사 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처벌 수위가 높은 ‘항공기 운항저해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현아(42)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적용됐던 혐의와 같은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글=함종선·최모란 기자 jsha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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